“개학 전에 끝내야” 졸속 공사 수두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초중고 석면제거 부실 논란]2027년까지 방학때마다 작업
외부 차단 중요하지만 잘 안지켜

교육당국은 2015년부터 방학 때마다 전국의 초중고교의 석면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군 발암물질인 석면이 과거 국내에서 건축자재로 널리 쓰였던 탓에 전국 대부분의 초중고교 건물에 석면자재가 들어가 있다. 석면은 건물이 노후화될수록 입자 상태로 흩날릴 위험이 높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2012∼2015년 학교 건물에 대한 석면지도를 만들었다. 얼마나 많은 학교에 석면이 사용됐는지, 각 학교 건물의 어느 부분에 석면이 사용됐는지를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부는 2027년까지 전국 모든 학교의 석면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4년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매년 겨울·여름방학마다 철거 대상 학교를 정해 전국적으로 수백 개의 학교에서 석면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겨울방학의 경우 1227곳, 여름방학에는 641곳의 학교에서 석면 철거 공사가 이뤄졌다.

문제는 석면의 위험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가 ‘개학 전 끝내기’를 목표로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공사를 할 때는 공사현장 전체와 에어컨 등 집기를 일일이 비닐로 최대한 감싸야 한다. 석면이 섞인 공기가 밖으로 새지 않게 음압기도 설치하고 공사 후에는 철저한 청소가 필수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제대로 지켜진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교육당국 조사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던 서울 관악구 인헌초에서 공사 완료 후 석면 잔존물이 검출돼 개학이 연기됐다. 당시 환경시민단체와 함께 조사를 주관한 인헌초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이 공사를 대충 진행하고 문제를 은폐하려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뒤늦게 교육부가 벌인 재조사에서 43개 학교에서 잔존물이 검출됐다. 교육부는 부실공사 업체에 대한 징계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 없는 대책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이성진 사무국장은 “교육부가 알면서도 석면지도 자체를 엉망으로 만든 게 드러난 만큼 석면지도를 전면 재조사하고 철거 계획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방학때마다 작업#졸속 공사 수두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