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조끼에 밀린 마크롱, 이번엔 환경단체 비난에 시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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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원자력 발전 포기하라”, 온라인 청원에 180만명 서명
환경장관 “노란조끼 대응 성격… 1월부터 토론회 통해 대안 찾을것”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화석연료와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라.”

석유 소비를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내년부터 유류세를 올리려 했다가 ‘노란 조끼’ 시위대의 거센 저항에 밀려 유류세 인상을 포기한 바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가 이번엔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국민들의 반발에 부닥쳤다.

그린피스와 옥스팸 등 환경 및 구호 국제단체 4곳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마크롱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대중의 이름으로 우리 삶, 지역,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프랑스 국가를 공격하자”라는 온라인 청원운동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인 27일 현재 180만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마크롱 정부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노란 조끼 시위도 온라인 청원에서 7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의 서명으로 힘을 받기 시작해 격렬한 전국 시위로 확산된 바 있다. 마크롱 정부는 현재 75%인 원전 비중을 2035년까지 50%로 줄이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 유류세를 올려 석유 사용량을 줄이고 친환경 정책 예산을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환경정책보다는 당장 먹고사는 게 더 중요하다’라는 등 노란 조끼 시위대의 격렬한 반발에 부닥쳐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환경단체들은 “프랑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고 기후변화에 직면한 사회 불평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환경을 위한 정책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친환경 교통을 위한 대안 제시, 재생에너지 촉진, 화석연료와 원전 포기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4개 단체에 따르면 25, 26일 이틀 동안에만 125만 명이 온라인 청원 사이트를 찾았다. 평소 환경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여 온 프랑스의 유명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 등이 출연한 페이스북의 관련 동영상은 열흘 만에 조회 수가 1300만 회를 넘어섰다. “우리는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는 마크롱 대통령의 과거 TV 연설 장면도 나오는 이 동영상에는 마크롱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프랑수아 드뤼지 환경부 장관은 25일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온라인 청원은 (환경보다 먹고사는 문제를 중시한) 노란 조끼 운동에 대응하는 성격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모든 프랑스인은 기후변화와 싸우라고 하지만 사실 정부가 그것(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 차원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매우 복잡해진다”며 “우리 시민들이 기꺼이 방법에 응해줄 것이냐는 게 문제”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그래도 사회 모순을 뛰어넘어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게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라며 “내년 1월부터 대토론회를 통해 에너지 관련 대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노란조끼#마크롱#이번엔 환경단체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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