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는 안돼”…크리스마스 숙박 예약 취소한 호텔에 바난 쏟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8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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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호텔 보이콧…관련 자선단체엔 기부금 급증
노숙자들, 경쟁 호텔 무료 숙박 예정

영국의 한 자선단체가 크리스마스 기간 노숙자들에게 호텔 숙박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예약을 받은 호텔 측이 해당 객실을 별다른 설명 없이 취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그 여파로 해당 자선단체엔 기부금이 급증하고 노숙자들은 경쟁 호텔 측으로부터 무료 숙박을 제공받게 됐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자선단체 ‘레이즈 더 루프’의 창립자인 칼 심슨 씨는 최근 28명의 노숙인들이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 이틀 밤을 호텔에서 묵는 프로젝트를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추진했고 1092파운드(약 155만 원)의 기금을 모았다. 이 단체는 지난해에도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24명의 노숙자가 이비스 호텔에서 지낸 바 있다.

심슨 씨는 올해 영국 헐 지역 브리타니아 로얄 호텔에 트윈룸 14개를 예약하고 예약금까지 지불했지만 지난 15일 호텔 측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예약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호텔 매니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심슨 씨는 이에 대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매우 처참한 기분이고, 분노스럽다”라며 호텔의 행태가 노숙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실이 SNS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호텔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보이콧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해당 호텔은 현재 SNS 계정을 없앤 상태며 자선단체 측에 “예약을 원상태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호텔 측 관계자는 언론에 “지난해 이 단체가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노숙자들이 묵었던 이비스 호텔 측으로부터 호텔의 물품이 많이 손상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예약을 취소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심슨 씨와 자선단체 측은 이 같은 해명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으며 이비스 호텔 역시 이 사실을 부인했다고 BBC는 전했다.

현재 자선단체에는 1500명 이상의 기부가 이어져 기부금은 9000파운드(약 1300만 원)를 넘어섰다. 자선단체 측은 “해당지역의 또 다른 호텔인 더블트리 힐튼 호텔이 무료 숙박과 식사를 제안하기로 했다”며 “예약을 취소했다 복원한 기존 로얄 호텔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구가인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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