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 버티면 선거법 위반 면죄부… 6·13선거 공소시효 13일 만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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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불기소… 윤장현 13일 결정
경찰 1874명 기소의견 檢 송치
‘선거후 6개월’ 24년째 유지… 獨-日 등은 선거사범 시효 없어


대전지검은 12일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박 의원은 보좌진이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을 요구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조했다는 의혹으로 지난달 28일 고발을 당해 수사를 받았다.

대전지검이 고발 접수 2주 만에 서둘러 결론을 내린 것은 6·13지방선거 공소시효(6개월)가 13일 끝나기 때문이다. 13일 밤 12시를 넘기면 그동안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 또는 내사를 받던 이들은 더 이상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된다.

가슴을 쓸어내린 박 의원과 달리 법정에 서야 하는 이들도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1일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여자에게 공천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장현 전 광주시장은 13일 기소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소시효 만료 직전 기소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숨죽인 채 13일만 지나가길 기다리는 단체장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통상 수천 명이 수사 대상이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경찰은 선거법 위반 사건 3032건을 접수해 12일까지 1874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문제는 이처럼 선거법 위반 사건이 넘치는데도 정작 선거법의 공소시효는 지나치게 짧다는 것.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건수는 많은데 무리하게 속도를 내다 보면 자칫 수사가 어설프게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가 끝나고 6개월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이 불법 선거운동을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 수사당국에서는 “선거가 끝나면 주요 참고인이 해외로 떠나거나 잠적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독일 등 대다수 국가는 선거사범에 대해 공소시효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일본도 1962년 공직선거법을 고치면서 단기공소시효 규정을 삭제했다. 반면 한국은 선거사범에 대해 공소시효 3개월을 유지하다가 1994년에 6개월이 됐고 이후 24년 동안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과학수사 기법이 발전하면서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되고(2015년), 성범죄 공소시효 연장이 추진되는 추세와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1년 선거사범 중 매수죄에 한해 2년으로 공소시효를 연장하자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조기에 확정해 당선자의 업무 수행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는 이유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됐다.

물론 공소시효를 무작정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공소시효가 늘어나면 재판을 하는 동안 당선자가 임기를 절반 이상 채우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기소와 재판을 모두 1년 반 안에 끝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민호 교수는 “공소시효 기간이 얼마인지 못지않게 수사를 내실화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박성진 기자
#박범계#공직선거법#공소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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