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법 ‘공소시효 6개월’ 특권 규정 없앨 때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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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실시된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사범 공소시효가 오늘 끝난다. 그동안 경찰은 5187명을 수사해 어제까지 1874명의 선거사범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내일부터는 6·13 지방선거 관련 범죄가 드러나도 면죄부를 받는다.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6개월에 불과한 공소시효 때문이다.

각종 범죄의 공소시효는 죄의 경중에 따라 정해진다. 형사소송법상 징역형 선고가 가능한 범죄의 공소시효는 최소 5년이다. 구류, 과료 등에 해당하는 경미한 범죄의 경우만 1년의 짧은 공소시효를 두고 있다. 그런데 징역형 선고가 가능한 공직선거법은 268조에 별도의 ‘공소시효’ 규정을 둬 선거일 후 6개월만 지나면 국가의 형벌권이 소멸된다. 선거사범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선거 결과를 하루빨리 안정시키기 위해 이러한 예외 조항을 마련했다는 것이 입법 취지였다. 공직선거법의 모태가 된 입법의원선거법은 1947년 제정 당시 선거사범 공소시효를 1년으로 정했으나 1950년 국회의원선거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3개월로 단축됐다가 1991년 6개월로 조금 연장됐다.

불법 선거운동으로 민의를 왜곡하는 행위는 어떠한 범죄보다 죄질이 나쁘다고 할 수 있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엔 정권의 입맛에 따라 당선된 야당 정치인을 선거법으로 엮어 퇴출시킬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게다가 선거사범의 수법 역시 갈수록 지능화돼 기소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 독일이나 일본 등은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별도의 시효 규정을 두지 않고 일반 범죄와 같은 공소시효를 적용한다.

정치권엔 “6개월만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구시대적 발상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데는 6개월밖에 안 되는 공소시효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당선인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국정이나 도정 등에 차질이 생긴다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법을 어겨 당선됐다면 이는 국민의 주권을 훔친 것과 다를 바 없다. 특권적인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 규정을 바꿀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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