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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신수정]곰돌이 푸의 ‘토닥토닥’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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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신수정]곰돌이 푸의 ‘토닥토닥’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입력 2018-12-12 03:00수정 2018-12-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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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산업2부 차장
“일단 한숨 자고 시작하자.”

“기분이 우울해질 것 같아도 걱정하지 마. 그냥 배가 고픈 걸지도 몰라.”

올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책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들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와 미소를 잃지 않는 곰돌이 푸 삽화와 푸가 들려주는 따뜻한 인생 조언이 담긴 책이다. 연간 베스트셀러를 발표한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이 책은 올해 55만 권이나 팔렸다.


‘시대의 거울’로 불리는 베스트셀러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연간 베스트셀러 10위권 중 절반 이상인 6권이 따뜻한 말과 위로를 건네는 에세이였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언어의 온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이 올 한 해 가장 사랑받은 책 리스트에 포함됐다. 교보문고는 올해 베스트셀러 키워드를 ‘토닥토닥’으로 정했다. 예스24는 “팍팍한 현실과 숨 가쁜 생활 속에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만화 캐릭터가 전하는 행복 메시지와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고백이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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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시장에서 위로라는 키워드는 경제가 어려울 때 특히 주목받는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이어진 구조조정과 대량 실직사태 때는 ‘가시고기’ ‘아버지’처럼 가족애를 강조한 소설과 생활고에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담은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같은 책이 사랑을 받았다.

‘대한민국이 읽은 책―시대와 베스트셀러’ 저자인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나 자신을 바꿔서 경쟁력을 높이라는 자기계발서는 퇴조하고 감성적인 위로를 담은 에세이가 강세”라며 “예전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나 연장자가 조언해주는 형식의 에세이가 인기였지만 최근엔 글을 읽으면서 내가 나를 위로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 인기를 끌었던 자기계발서들은 꿈을 이루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메시지가 많았다. 반면 올해 인기를 끈 에세이들은 친한 친구가 등을 토닥이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툭 던지는 말 같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를 펴낸 ㈜알에이치코리아의 최경민 에디터는 “디즈니 만화를 보며 자란 이들 중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위로받는 독자들이 많은 것 같다”며 “힘든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한 장 한 장 읽으며 힘을 얻었다는 독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귀여운 곰돌이 푸 캐릭터가 표지를 장식한 이 책은 20, 30대 여성들만 좋아한 게 아니다. 교보문고의 최근 3개월 판매량 기준 남녀 구매 비율은 여성이 74%, 남성이 26%였다. 연령별로도 40대 이상 구매 비율이 20%나 됐다.

올해에 이어 내년 경제도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실시한 경영 전망 조사에서 244곳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70%가량이 현 경기 상황을 장기형 불황으로 봤다. 자영업자 폐업은 늘고 있고 높은 취업 문턱에서 좌절하는 청년들과 매서운 감원 바람에 떠는 직장인들로 이래저래 우울한 12월이다.

많은 이에게 크건 작건 저마다의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연말 같다. 진심을 담은 따뜻한 말 한마디나 마음을 울리는 구절을 통해 힘을 내는 이들이 늘었으면 한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
#곰돌이 푸#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베스트셀러#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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