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타진해도 北 침묵… 靑 ‘데드라인 지났다’ 판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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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연내 답방 무산 수순
지난 주말까진 답 왔어야 준비… 불발뒤 靑 “서두르지 않겠다” 성명
北, 美 겨냥한 신경전 벌인다면 북미회담 이후로 답방 밀릴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사실상 무산 수순에 접어들었다. 북한이 답방 날짜는 물론이고 연내 답방 여부에 대해서도 9일 오후 늦게까지 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새로운 모멘텀으로 삼아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 합의를 이끌어 내려던 한미 정상의 구상도 그만큼 늦춰지게 됐다.

○ 주말 데드라인 넘기며 연내 답방 무산 수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일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여부에 대해 “현재로서는 확정된 사실이 없으며, 서울 방문은 여러 가지 상황이 고려돼야 하는 만큼 우리로서는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오후 4시 반경 내놓은 ‘김정은 위원장 답방에 관련해 알려드린다’는 입장문을 통해서다.

청와대가 김 위원장 답방에 대해 “재촉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이날 오전까지 “북한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에 대한 청와대 내부의 기류 변화가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날 오후 현재 상황에선 김 위원장이 이달 내 서울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물밑 접촉을 통해 18∼20일 등 복수의 일정을 타진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21일부터 ‘총화기간’에 들어간다. 20일 이후에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일정을 감안해 청와대에선 “주말까지는 북한의 통보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았다. 북한의 선발대 파견 등 의전·경호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준비기간이 7∼10일인 만큼 사실상 지난 주말이 연내 답방 성사의 ‘데드라인’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까지 답방 여부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날짜를 얘기하려면 첫 번째 단계로 북측에서 ‘오겠다’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며 “(오겠다는) 의사결정 자체가 안 정해진 상태에서 날짜를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사전 준비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당일치기’ 방문 가능성도 나왔지만 청와대는 부인했다. 이 청와대 관계자는 “분단 이후 북한 지도자의 첫 번째 방문이란 역사성을 고려할 때 당일치기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답방 늦춰질까

그럼에도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답방 의지는 “확고하다”며 무산된 게 아니라 늦춰졌다고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 답방 시기에 대해 계속 연말 연초를 언급한 것은 편할 때 답방할 수 있도록 북한의 내부 사정을 고려한 것”이라며 “평양 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것인 만큼 답방 시기에 대해선 북한의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연내 답방에 대해 통보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애초부터 김 위원장의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던 만큼 촉박한 시일 내에 답방을 하기엔 의전·경호 준비가 어려울 것이라는 내부 판단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다시 ‘몸값 높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재확인하면서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재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6일(현지 시간)엔 대표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나서 “(비핵화에) 성과를 거둔다면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그만큼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 침묵’에 나섰다면 서울 답방은 생각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미가 ‘김 위원장 서울 답방→2차 북-미 정상회담’의 순서에 합의했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담판 이후로 답방을 연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정은 연내 답방 무산 수순#북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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