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백악관 맏형’ 존 켈리 비서실장 경질…친정체제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9일 15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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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자신과 불화설이 끊이지 않던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68)의 교체를 발표했다. 켈리 비서실장 외에도 내각의 핵심 인선이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을 향해 친정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백악관 ‘맏형’ 결국 경질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켈리 (비서실장)가 연말에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단한 사람이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존경 받았다. 그의 공직 수행에 매우 감사한다”고도 덧붙였다.

해병대 대장 출신인 켈리 비서실장은 지난해 8월 국토안보부 장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영전한 뒤 17개월 만에 백악관을 떠나게 됐다. 임명 초기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함께 좌충우돌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심을 잡는 맏형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빚으면서 경질설에 시달려 왔다. 특히 켈리 실장이 백악관 참모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여러 차례 불렀다는 언론 보도와 밥 우드워드의 저서가 나오면서 그의 경질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였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의회가 경질을 반대한 매티스 장관은 유임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켈리 실장의 후임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누가 그의 자리를 채우게 될지 하루 이틀 이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후임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닉 에이어스(36)가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에이어스에게 비서실장을 맡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임기를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임기 전체 기간동안 비서실장직을 맡아주기를 원하지만, 에이어스는 가족 문제를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에이어스는 트럼프 대통령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 ‘외교 문외한’ 나워트 발탁 논란


연말에 떠나는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 후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예고했던 대로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발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나워트는 매우 재능 있고, 똑똑하고, 빠르고,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인 그는 지난해 4월 국무부 대변인에 임명됐으며, 3~10월에는 공공외교 담당 차관 대행까지 겸직했다.

유엔대사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사실상 지휘하는 것을 포함해 다자외교에서 미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주요 직책인데도 외교정책 경험이 없는 언론인 출신이 기용돼 논란을 낳고 있다. CNN은 “트럼프에게는 경험보다 충성심이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 인사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친정 체제 강화 의지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 법무장관엔 ‘러시아 의혹 소방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트위터로 경질 사실을 발표한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 후임에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68)을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는 훌륭한 사람이며 이 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법학자 중 한 명”이라며 “공화당에서도, 민주당에서도 존경받는 인물이다. 내 첫 번째 선택이었다”고 치켜세웠다.

바 지명자는 지난달 30일 타계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때인 1991~1993년 법무장관으로 재직한 보수성향 인사다. 퇴임 후 통신업체 버라이즌 부사장 겸 법률고문 등을 지냈고, 현재 ‘커클랜드앤드엘리스’ 로펌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현지 언론들은 그가 장관 재임 시절 연방수사국(FBI)에 근무했던 로버트 뮬러 특검의 상관이었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 의혹’의 소방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노골적으로 동조할 사람을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 합참의장엔 대북 강경파 지명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트위터를 통해 조지프 던포드 현 합참의장 후임으로 지난 3년간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마크 밀리 대장(60)을 지명한다고 밝혔다. 합참은 육·해·공군 등 각 군의 지휘 체계를 통합해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기관이다.

1980년 프린스턴대 학생군사교육단(ROTC)을 거쳐 임관한 밀리 대장은 1989년 파나마 침공 때는 특수부대를 지휘했고 보스니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도 근무한 정통 야전통이다. 특히 주한미군 2사단 대대장을 지내면서 한국과도 연을 맺었고, 7월 27일에는 방한해 한미 동맹에 기여한 공로로 보국훈장 통일장을 받기도 했다.

밀리 대장은 지난해 10월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 군사옵션이 검토될 당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감안하면 군사행동을 할 일정표가 있다”며 “시간은 무한하지 않고 결정은 내려질 것이며, 이에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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