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고영한 “재판부 판단에 경의”…헌정 초유 전직 대법관 구속 불발 사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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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7일 0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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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개입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 사진)과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개입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 사진)과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사법부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병대(61)·고영한(63) 전 대법관이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6일 오전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을 상대로 각각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7일 오전 0시38분께 이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임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에 대해 “범죄 혐의 중 상당 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이미 다수의 관련 증거자료가 수집돼 있는 점,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및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의자의 주거 및 직업, 가족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현 단계에서 구속사유나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명 부장판사는 고 전 대법관의 영장 기각사유에 대해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행태, 일부 범죄사실에 있어서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루어진 점,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법원행정처장 재직 당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지시로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재판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재임 기간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주도한 혐의도 있다.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은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판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검찰 수사정보를 빼내고 영장재판 가이드라인을 내려 보낸 혐의를 받는다.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의 비위를 은폐하기 위해 일선 형사재판에 직접 개입한 혐의,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인사 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구상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건을 결재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영장심사에서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법관 측은 일부 사실 관계는 인정하면서 “부적절한 건 없었다”는 취지로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 개입에 대해선 “재판부는 법원행정처 의견을 포함해 모든 자료를 검토해서 결론 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전 대법관 측은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개입 사건의) 자발적, 주도적 위치가 아니었다. 주요 어젠다에서 배제된 측면이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공범이자 하급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한 반면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구속영장 기각 후 7일 오전 1시 15분 무렵 먼저 구치소 정문을 나온 박 전 대법관은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담담한 표정으로 “재판부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짧게 심경을 말했다.

곧이어 구치소를 나온 고 전 대법관은 취재진에게 “추위에 고생이 많으시다”라는 말만 짧게 던진 채 대기 중이던 차량에 올라탔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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