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에 30억원 쾌척 모교사랑 실천, “베푸는 일이 진정한 나의 행복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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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과 57학번 김현태 회장

인하대 동문으로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김현태 현경사회복지회 회장(왼쪽)이 최근 인하대 캠퍼스에서 후배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하대 제공
인하대 동문으로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김현태 현경사회복지회 회장(왼쪽)이 최근 인하대 캠퍼스에서 후배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하대 제공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장학사업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인하대 기계공학과 57학번인 김현태 현경사회복지회 회장(81)은 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가진 것을 베푸는 것이 나 자신을 행복하게 가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장학금을 쾌척하는 등 수십 년간 교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교육부로부터 ‘국민교육발전 유공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모교인 인하대에 학교발전기금 3억 원을 쾌척했다.

그의 기부는 1994년에 시작됐다. 평생을 산업현장에서 일한 김 회장은 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이공계 학문이 외면 받는 현실이 안타까워 모교에 장학금과 발전기금 기부를 결심했다.

“가정 형편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는 후배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그만 정성을 보태는 마음으로 장학금 전달을 시작했어요.”

김 회장은 지금까지 인하대에 학교발전기금과 장학금으로 총 30억 원을 전달하며 모교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모교와는 별도로 30여 년간 어려운 개인이나 단체에 10억여 원을 기부했다.

돈이 없어 학업을 중단하는 후배들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은 그의 삶과 관련이 있다.

김 회장은 대학 재학 시절 등록금이 없어 한때 제적당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학비 마련을 위해 노점상과 막노동을 해야 했고 천신만고 끝에 1963년 인하대를 졸업했다.

“인천 앞바다가 얼 정도로 추운 겨울에 난방도 못 하고 공부했어요.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은 놓지 않았죠.”

졸업 후 당시 충주비료공업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일한 김 회장은 1974년 독립해 서울 영등포구 양남동에 ‘삼흥공업사’란 조그마한 공장을 차렸다. 엔지니어로 일한 경험을 살려 당시 수입에 의존했던 기아자동차의 ‘브리사’ 승용차 기어커버를 단독 생산해 납품했다. 이후 운반하역기기, 항만하역기기 베어링에 윤활유(그리스, 모빌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장치인 집중윤활기기의 국산화에 성공해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자 기부를 해야겠다는 그의 신념은 더욱 확고해졌다. 외환위기 때는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 기부를 이어갔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사람은 없죠. 하지만 자기 능력만큼 최선을 다해 정당하게 번 돈의 가치를 이웃과 사회에 나눈다면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회장은 “어려울 때마다 ‘정직, 성실, 근면, 봉사’라는 가훈이 저의 삶을 지탱해 준 신념이 됐다”며 “어려운 이웃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모교 인하대에 학교발전기금을 기부할 때마다 저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주고 응원해 준 아내와 자식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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