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기강 확립” 강조한 文, 조국 책임부터 물어야 令 설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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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밤 귀국 직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으로부터 특별감찰반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청와대 안팎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특감반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야권 등에서 촉구하는 조 수석 책임론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긋고 거꾸로 힘을 실어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검 감찰본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번 사건의 성격에 대해 국민이 올바르게 평가할 것”이라는 언급도 했다. 특감반 직원들의 비위를 적발해 처리하는 과정에서 조 수석이나 민정수석실의 잘못은 없다는 대통령의 자신감까지 읽힌다. 대통령이 5박 8일간의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바로 보고를 받았을 만큼 인화성이 높은 사안이다.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 보고만 듣고 섣불리 판단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민정수석실은 검찰 경찰 감사원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을 관장하고 여권의 공직기강, 측근 비리를 점검하는 등 정권의 사활이 걸린 민감한 업무를 맡는 조직이다. 그런 업무를 최일선에서 담당하는 특감반의 한 직원 비위가 불거진 뒤 이 직원의 폭로로 직원들이 집단으로 골프를 치고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조사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요구받은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하는 항명까지 나왔다. 평소 민정수석실의 기강 해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데도 조 수석의 잘못이 없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조 수석은 고위직 인사 검증 실패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부적절한 처신에 이어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청와대 기강까지 흔들리게 만든 책임자다. 청와대의 기강이 무너졌다는 말이 나오는 판에 조 수석의 지휘 책임을 묻지 않고서 어떻게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인가. 대검 감찰 결과를 보자고 했지만 대통령이 조 수석 책임론에 선을 그은 이상 특감반 직원들의 일탈 차원을 넘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긴 힘들다.

문 대통령이 조 수석을 감싸면 감쌀수록 정치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 청와대와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게 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고위공직자일수록 자신에게 추상처럼 엄정할 필요가 있다. 조 수석은 대통령의 재신임을 받았다고 여길 게 아니라 스스로 사의를 표해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대통령은 조 수석 경질을 포함한 청와대 개편을 다시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조국 민정수석비서관#특별감찰반 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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