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권 상징” “개혁 꽃 피우길”… 친문 일제히 ‘조국 구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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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민정수석 거취 논란]당내 사퇴론에 역공 나서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 사고가 연달아 터지자 감찰 책임자인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왼쪽)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 수석이 올해 5월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 사고가 연달아 터지자 감찰 책임자인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왼쪽)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 수석이 올해 5월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그야말로 벌집을 건드린 격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2일 청와대 특별감찰반원들의 비위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사퇴할 것을 요구하자 여권 내 친문그룹이 일제히 들고일어났다. 조 수석의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의 총력 공세에도 별 반응 없이 침묵하던 민주당이 당내에서 사퇴론이 나오자 더 이상은 밀릴 수 없다며 대대적인 역공에 나선 것이다.

○ 친문 “조국은 촛불정권의 상징”이라며 엄호

민주당 이해찬 대표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 대표는 3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조 수석은 (특감반 비위) 사안에 아무런 연계가 없다”며 “사안의 크기만큼 관리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번 비위 의혹은) 그렇게 큰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조 수석은 고심 끝에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을 맡으며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겠지만 맞으며 가겠다’고 약속했다”며 “인내하며 묵묵하게 뚝심 있게 국민의 명령만을 기억하고 잘 따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조국 수석 사퇴를 요구하는 맨 앞줄에 국정농단 부역자들이 있고 그들은 조국의 사퇴를 촛불정권의 쇠락으로 보고 있다. 조국은 촛불정권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민병두 의원은 도종환 시인(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인용하며 “지금 곳곳에서 흔들고 있지만 이겨내고 개혁의 꽃을 피우기 바란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전날 조 수석의 사퇴를 촉구한 조응천 의원을 향한 비난도 이어졌다. 김한정 의원은 “심지어 여당 의원이라는 분도 ‘대통령에게 부담된다’면서 부채질을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황희 의원도 페이스북에 “(조 수석은) 사법개혁의 상징적 인물이다. 이런 사람 나가라고 하면 어떤 민정수석 원하는 건가”라고 썼다.

여당에서 지원사격이 잇따르자 청와대 핵심 참모들도 조 수석 옹호에 나섰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조 수석은 특감반원들의 비위 행위를 적발했고, 추가 조사를 의뢰했고, 전원을 교체했다. 대처에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해외 순방 중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도 이와 같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다. 하지만 이런 기류에 여당 내에도 우려 섞인 목소리도 감지된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당 대표까지 나서 총대를 메니 조용히 있지만 속으로 ‘이건 아닌데’ 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 누가 맞았는지는 지지율이 말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친문) 그분들은 그분들 생각을 이야기한 것이고, 저는 제 생각을 이야기한 것이다. (생각이) 변할 것 같으면 (그런 글을) 올리면 안 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 文의 ‘페르소나’, 조국

그렇다면 친문 진영은 왜 이렇게 조 수석 지키기에 나서는 것일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문재인 정부 사법개혁의 상징이라는 점이다. 조 수석은 문 대통령이 취임 뒤 가장 먼저 임명한 법조 관련 인사다. 한 친문 인사는 “사법시험 출신 중심의 법조계를 바꾸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일관된 생각이고, 그 시작으로 비(非)사시 출신인 조 수석을 임명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켜본 친문 인사들이 “조 수석이 사법개혁 문제만큼은 문 대통령의 ‘페르소나(분신)’”라고 하는 이유다. 실제로 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이날 “문 대통령과 마지막까지 함께할 단 한 분의 동반자를 꼽는다면 단연 조국 수석”이라고 말했다.

정무적인 이유도 있다. 친문 진영은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에서 조 수석이 모종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대중성을 무기로 출마할 수도 있고 최소한 친문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조 수석과 문 대통령은 부산 출신이고, 민정수석으로 공직에 입문했고, 법조계의 비주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래전부터 조 수석은 “임기를 마치면 학교(서울대)로 돌아가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친문 진영은 “문 대통령도 처음엔 정치 안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한편 국회부의장을 지낸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조 수석의 입장을 전했다. 이 의원은 “조 수석에게 전화했더니 자신은 온갖 비난을 받아 안으며 하나하나 사태를 해결해 나가겠다. 실컷 두들겨 맞으며 일한 후 자유인이 되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조국#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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