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윤승옥]‘금쪽같은’ 데이터도 공유… 美 스포츠가 ‘일류’인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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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세상은 점점 빅데이터가 주도하고 있다. 민간과 공공 영역을 가리지 않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중대사를 판단한다. 스포츠에서 그 활용이 특히 활발하다. 데이터 적용 효과가 빠르면 6개월(한 시즌) 만에 나타난다. 데이터와 현실의 상관관계, 즉 데이터 해석이 적절했는지 확인이 쉽고 선명하다. 글로벌 데이터 업체들이 스포츠 영역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하는 이유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리그 사무국이 한 경기에서 뽑아내는 데이터가 7테라바이트나 된다. 웬만한 도서관의 정보량과 비슷하다. 선수가 됐든, 야구공이 됐든 그라운드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이 데이터로 전환된다. 1년에 총 2430경기가 열린다. 그 방대함은 멀미가 날 정도다.

이것도 모자란다고 한다. 구단들은 별도로 데이터에 탐욕을 보인다. 뉴욕 양키스는 데이터 관련 인력만 20명 넘게 채용했다. 아예 슈퍼컴퓨터까지 구입한 팀도 있다. 데이터가 승패의 핵심 요인이 되면서, 정보 보안에 극도로 민감하다. 데이터가 타 구단에 한 톨이라도 유출되면 소송이 벌어진다.

이들이 경기 데이터 이상으로 공을 들이는 게 마케팅 데이터다. 팀을 운영하는 본질은 돈벌이에 있기 때문이다. 티켓 판매량, 후원자 수입, 기념품 판매량, 음료 판매액 등은 기본이다. 중고 사이트에서 구입한 표로 입장하는 관객도 별도로 파악한다. 심지어 경기장에 입장하지 않고 주변에서 쇼핑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이들도 추적해 분석한다. 그렇게 부동층을 충성 고객으로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금쪽같은 데이터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다. 아낌없이 나눠 쓴다. 리그 사무국이 만든 데이터를 구단에 주고, 구단도 별도로 축적한 데이터를 사무국에 모조리 보고한다. 그러면 사무국이 이를 전 구단과 공유한다. 경기장에서는 경쟁관계지만, 비즈니스 전장에서는 서로를 동업자로 인식한다. 그들의 생존 법칙이다.

스포츠는 산업적 측면에서는 다른 영역과 싸운다. 고객들이 ‘여유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놓고 가능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스포츠의 경쟁자는 놀이공원이고, 놀이공원의 경쟁자는 쇼핑센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메이저리그 등 미국 스포츠 산업은 경쟁관계를 이렇게 정의하고, 데이터 공유로 공동 성장을 추구한다.

우리 스포츠 데이터 상황은 열악하다. 몇몇 구단 정도만 데이터 활용을 시작하는 단계다. 인프라가 열악하니 데이터 양과 질이 아무래도 좋지 않다. 그나마 대부분 경기 데이터에 국한돼 있다. 마케팅 데이터는 특히 부실한데, 더 큰 문제는 극도의 폐쇄성에 있다. 경기장에서 싸우듯 경쟁에만 몰두한다. 데이터에 대한 기본 전략이 없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걸 잘 모르니, 고객이 떠난다. 아시아경기 대표팀 선발 문제로 탈 많았던 프로야구의 관중은 당연히 줄었고, 월드컵 특수를 누린다던 프로축구도 관중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상품의 가치는 기능보다 고객의 필요성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고객의 필요성은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고, 전략은 거기서 출발한다. 개별 구단이 해결하기 쉽지 않은 사안이다. 메이저리그처럼 리그 사무국이 큰 그림을 그리고, 주도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 등 국내 프로스포츠 사무국들은 뒷짐을 지고 있다. 비용의 문제이기보다는, 전략과 의지의 문제다.

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touch@donga.com
#빅데이터#데이터 업체#스포츠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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