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끊겨 고통… 누구를 위한 파업인지” 택배기사의 울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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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차 기사, 노조 파업 비판


“1년 정도 공들인 거래처가 다른 택배회사를 선택했다. 택배 파업으로 배송이 안 되자 거래를 끊은 것이다. 이게 택배 근로자를 위하는 파업인가.”

8년차 CJ대한통운 비(非)직영 택배기사 김슬기 씨가 1일 유튜브 방송인 ‘(튜브’를 통해 같은 비직영 택배노조 파업을 작심 비판해 화제가 되고 있다. 택배노조는 지난달 21일 파업을 시작했고 28일 밤 12시를 기점으로 파업 종료를 선언했다. 하지만 울산과 광주 등 일부 지역 노조원들은 지금도 배송을 거부하고 있다.

김 씨는 ‘노조 소속이 아닌 대한통운 택배기사가 말하는 택배기사의 진짜 현실’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택배 파업으로 동료 기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파업으로 거래처가 날아가면서 물량이 떨어지고 있다. 물건을 건당 배달해서 돈을 버는 택배기사들인데, 거래처가 날아가면 어떻게 돈을 버느냐”고 하소연했다. 김 씨의 영상은 조회수 40만 건을 돌파했다.

김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업 구조부터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와 업계 말을 종합하면, 택배기사는 CJ대한통운 등 대기업 소속 직영 택배기사와 비직영 택배기사로 나뉜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1만7000명 중 직영 택배기사는 약 5%에 불과하다. 파업을 한 택배노조 조합원도 대부분 비직영 택배기사다.

김 씨는 “비직영 택배기사는 물류 대기업과 계약을 맺은 대리점과 일한다. 그런데 대기업에 직접 협상하자고 강요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비직영 택배기사들은 직영으로 고용하겠다고 해도 안 한다. 직영 택배 기사들은 산간지역 등 비직영 택배기사들이 회피하는 지역을 주로 담당하는 데다 물건을 배달한 만큼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월급제여서 급여가 비직영 택배기사의 3분의 1 수준이다”며 “돈은 돈대로 벌고 혜택은 혜택대로 달라는 비직영 택배기사 주장은 너무 이기적이다”고 했다.

택배 노조는 택배 분류 및 택배차 적재 작업에 대해 “추가로 돈을 지급하라”고 요구한다. 김 씨는 “음식값을 받을 때 식재료 손질한 비용을 더 내라는 주장과 같다. 택배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에 대해 추가로 돈을 요구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택배 노조는 △저녁이 있는 삶 △파업 시 직영 택배기사의 대체근로 금지 등을 주장했다. CJ대한통운 측은 “택배기사의 근무 시간과 강도는 대리점과 협의해 조정할 수 있다. 비직영 택배기사의 파업으로 원활한 배송이 안 되면, 직영 택배기사가 배송을 대신 하는 건 합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영상을 본 한 택배기사는 본보에 “파업으로 피해를 본 비직영 택배기사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파업으로 더 고통받는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비직영 택배기사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거래처들은 한번 신뢰가 깨지면 회복이 안 된다. 언제 또 파업을 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거래처를 다시 만들기도 어렵다”고 우려했다.

택배노조와의 갈등 끝에 폐업한 대리점도 있다. 경기 분당의 한 대리점주는 지난달 30일, 10년 이상 해온 택배 대리점 사업을 접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화물 수거 거부,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배송거부 등 택배노조 주장에 대리점주가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한 택배 대리점주는 본보에 “택배노조는 수수료를 올려 달라더니 막무가내로 파업을 했다. 노조는 약자라는 프레임 때문에 우리가 나쁘게 인식되는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택배노조 측은 김 씨의 주장과 파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택배#노조#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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