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손정의, 쿠팡 비전에 투자… ‘범’에 대해 신뢰 보인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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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세 수석부사장 첫 인터뷰

11월 30일 나비드 베이세 쿠팡 수석부사장은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2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 배경에 대해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에 대한 손 회장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1월 30일 나비드 베이세 쿠팡 수석부사장은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2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 배경에 대해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에 대한 손 회장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는 ‘범(김범석 쿠팡 대표이사)’에 대한 신뢰입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서 만난 나비드 베이세 쿠팡 수석부사장(45)은 단호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이번 추가 투자로 손 회장이 장기적으로 경영권을 갖고 김 대표가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루머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였다.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하던 베이세 부사장의 표정에서 순간 확신이 느껴졌다. 그는 “(김 대표가 물러난다는 것은) 상상조차 안 되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손잡고 만든 비전펀드는 20억 달러(약 2조2400억 원)를 쿠팡에 투자했다. 2014년부터 누적된 쿠팡의 적자에 대한 우려가 나오던 시점이었다. 이번 투자로 쿠팡 위기설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세 부사장은 인터뷰 내내 김 대표를 ‘범’이라고 불렀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에서 16년 동안 일하며 글로벌총괄을 맡았던 베이세 부사장은 2016년 1월 쿠팡으로 자리를 옮겼다.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쿠팡의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회사 내 2인자다.

○ “우리를 믿기에 이뤄진 투자”

베이세 부사장은 “이커머스 시장에선 창립자의 비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김 대표를 ‘헌신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베이세 부사장은 “이전에 투자했을 때부터 계속 쿠팡을 들여다보고 지금까지 우리가 도출한 결과를 믿기 때문에 신규 투자를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투자는 2015년 손 회장이 쿠팡에 10억 달러(약 1조1200억 원)를 투자한 뒤 3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쿠팡은 이번 투자 유치를 위해 별도의 사업계획서도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쿠팡의 적자에 대해 “‘계획된 적자’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케팅에 돈을 부어 손실을 봤다면 잃어버린 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물류시설 등 기반 시설에 투자했다”며 “그 성과가 점차 나타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쿠팡의 물류 매입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쿠팡에선 현재 1000만 개에 이르는 상품 구매를 ‘인스탁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 팀의 인원은 10명 정도에 불과하다. 베이세 부사장은 “쿠팡의 인공지능(AI) 매입 시스템이 있어 가능하다”며 “이러한 투자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상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 “로켓프레시 내년엔 제주도서도 가능케 할 것”

베이세 부사장은 내년 쿠팡의 목표에 대해 “로켓프레시를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10월 시작한 로켓프레시는 밤 12시까지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 현재 영호남 일부 지역과 제주도에는 물류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운영되지 않고 있다. 베이세 부사장은 “이커머스 고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이 오후 10시에서 밤 12시 무렵”이라며 “쿠팡 고객들은 이 시간에 물건을 사러 헤맬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베이세 부사장의 한국 생활도 이제 내년이면 4년째다. 그는 아마존에서 쿠팡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로 김 대표의 열정과 쿠팡 직원들의 애사심 때문이라고 했다. 2015년 말 쿠팡의 컨설팅 담당자가 자신의 멘토였고, 그의 추천을 받고 쿠팡과 연을 맺었다고 한다. 한국에 와 한국인 아내도 만났다. 베이세 부사장은 “인천공항부터 서울까지 빽빽하게 건물이 밀집된 한국의 풍경에서 새벽 배송의 가능성을 읽었다”며 “급격히 성장하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일하게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쿠팡#로켓프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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