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제3국의 시선으로 본 북한과 김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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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킹 투 노스 코리아/글린 포드 지음·고현석 옮김/380쪽·1만7800원·생각의날개

때로는 당사자들보다 옆에서 지켜보는 이가 상황을 더 냉정하게 볼 수도 있다. 북핵 문제도 그렇다. 사활이 달린 우리나, 중요한 전략적 이해가 걸린 미국 중국의 전문가가 꼭 객관적이리라는 법은 없다. 때로 그들의 전망이나 분석은 날씨 예측보다는 기대나 숨은 의도가 담긴 점성술사의 해설에 가깝다.

이 책은 그런 혐의에서 꽤 벗어나 있다. 저자는 영국 노동당 국제위원회 위원이며, 유럽의회 의원(1984∼2009) 자격으로 북한을 약 50차례 방문했다. 북한의 간략한 역사, 경제 성장과 위기, 탈북자와 인권 문제, 개혁의 바람이 부는 시장, 김정은의 전략, 국제관계 등이 압축적으로 담겼다. 저자는 북한의 미사일이 탄두 결합, 대기권 재진입, 유도장치 기술 등을 완벽히 보유했는지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미국은 북한의 능력을 부풀리고 있으며 북한은 부풀려진 능력을 훨씬 더 크게 부풀리고 있다. … 북한의 과장된 주장은 피해망상증이거나 경제적 이익을 노리거나, 혹은 둘 다에 해당하는 (미국의) 세력이 뒷받침한다.”

저자는 또 한편 “미국은 북한이 남한이나 일본을 공격하면 평양을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해왔지만 지금까지 남한과 일본을 보호한 미국의 핵우산은 미국 본토를 희생하는 수준이 아니었다”며 “워싱턴이나 시카고가 위협받고 있는데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핵 억지력을 확장할지는 의문”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운신의 폭이 좁다는 얘기다.

물론 눈에 걸리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저자는 “북한이 2002년 말 이전에 핵무기 부품을 실제로 보유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했지만 제네바 합의 파기 전부터 준비하지 않았다고 보기에는 북한의 핵무장 속도가 너무 빨랐다. 어쨌든 이런 것들은 이제 와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한반도 주변 4대 강국보다는 이해관계가 덜한 유럽 전문가라는 면에서도 저자의 시각은 존중할 만하다. 명징하고 간결하게 맥을 짚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토킹 투 노스 코리아#글린 포드#북한#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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