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네팔에 학교 16개, 또다른 16좌 등정 눈앞”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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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재단’ 창립 10돌 맞은 엄홍길
“명예 얻게 해준 히말라야에 보답”… 14개 학교 지어 4800여명 혜택
16번째는 종합교육타운 추진… “향후 10년 학교 내실화 초점”

엄홍길 대장이 7월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제3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손가락으로 산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DB
엄홍길 대장이 7월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제3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손가락으로 산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DB
“히말라야 산을 오를 때보다 더 떨리고 오금이 저린 10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16좌를 등정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58·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은 28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자신을 죽음으로부터 지켜주고 명예도 얻게 해준 히말라야의 은혜에 보답했던 지난 10년을 이렇게 회고했다.

히말라야를 품고 있는 네팔 오지의 청소년 교육, 의료 지원과 환경 사업 등을 목적으로 2008년 설립한 ‘엄홍길휴먼재단’은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30일 창립 10주년 행사를 갖는다.

1988년 에베레스트(8848m)를 시작으로 2007년 로체샤르(8400m)까지 16좌를 오르고 은퇴한 엄 대장은 이듬해 재단을 세웠다. ‘히말라야에 진 마음의 빚을 갚는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는 네팔 오지에 16개 학교(휴먼스쿨) 건립을 ‘제2의 16좌 등정’ 목표로 삼아 사비를 털고 후원자들을 모았다. 그는 “학교 건물만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가방과 교복 등 필요한 것 들을 모두 마련해 주고 싶은 마음에 지금도 후원자를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네팔 팡보체(4060m)에 첫 학교를 세운 이후 다음 달 8일 둘리켈(1586m) 지역에 14번째 학교 준공식을 갖는다. 15번째 심파니 학교는 낙후된 공립학교를 재건축했다. 엄 대장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에 세울 16번째 학교는 유치원에서 중고교, 대학교, 일반인 교육센터 등이 같이 들어서는 ‘종합교육 타운’으로 조성 중”이라며 “많은 비용이 추가로 필요해 뜻을 같이하는 분들의 후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2의 16좌 등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엄 대장은 “오로지 먹고사는 데 급급한 오지의 청소년들이 학교를 다니고 상급 학교에 진학해 직업을 갖는 꿈을 꾸는 기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며 뿌듯해했다. 현재까지 지어진 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만 해도 4800여 명에 이른다.

엄 대장은 “지난 10년간은 학교 설립 등 ‘하드웨어’ 구축에 노력했으나 앞으로 10년은 보다 내실 있는 학교 운영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최근 ‘휴먼스쿨’을 졸업한 뒤 어떻게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지 실태 조사를 벌여 도움이 필요한 경우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활동을 시작한 것을 한 예로 꼽았다.

네팔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인 건지에 건립한 11번째 ‘휴먼스쿨’을 졸업하고 네팔 국립대 간호학과에 지망하려 했던 프레라나 차우더리 씨는 비싼 입학금과 등록금 때문에 입학을 포기하려고 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재단이 대학 입학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무사히 입학했다. 엄 대장은 “앞으로도 국내 교육 전문가, 아동심리학 전문가 등으로 네팔 지부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휴먼스쿨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네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엄 대장은 내년부터는 국내 산악인 지원에도 더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10월 산악인 후배인 김창호 대장이 네팔 구르자히말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난 소식을 접하고 결심을 했다. 2012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국내 산악인 유가족이나 부상자 가족 지원 대상자(현재 7명)를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엄 대장은 남북 화해 분위기에 맞춰 매년 여름 청소년, 대학생들을 상대로 개최했던 비무장지대(DMZ) 평화통일 대장정 횡단 프로젝트를 한라에서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종단 프로젝트로 추진해 보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히말라야#엄홍길 대장#엄홍길휴먼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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