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경장벽 예산 안주면 연방정부 셧다운” 배수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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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 시한 앞두고 의회 압박
차기 하원 다수당 민주당에 내주자… 트럼프, 회기내 50억달러 확보 절실
민주당 “셧다운 두렵지 않다” 맞불… 전문가 “좀 삭감해서 합의될 것”

불 밝힌 백악관 크리스마스트리 28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내셔널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연단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허리케인과 대형 산불 등 올해 미국에서 발생한 재난 피해 등을 언급하며 “우리는 하나의 미국 가족이다. 함께 다치고, 함께 치료하며, 언제나 함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백악관 내 대형 트리인 내셔널 크리스마스트리의 불을 밝히는 행사는 1923년 시작돼 올해로 96번째를 맞았다. 워싱턴=AP 뉴시스
불 밝힌 백악관 크리스마스트리 28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내셔널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연단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허리케인과 대형 산불 등 올해 미국에서 발생한 재난 피해 등을 언급하며 “우리는 하나의 미국 가족이다. 함께 다치고, 함께 치료하며, 언제나 함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백악관 내 대형 트리인 내셔널 크리스마스트리의 불을 밝히는 행사는 1923년 시작돼 올해로 96번째를 맞았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대 대선공약인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를 두고 공화당을 포함한 트럼프 진영과 민주당이 치열한 난타전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전적으로 연방정부를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할 의향이 있다”고 의회를 압박했다. 의회로부터 장벽 설치 예산 50억 달러(약 5조6425억 원)를 받아내기 위해 셧다운 카드를 내걸고 배수진을 친 것이다.

앞서 의회는 9월 말 2019 회계연도(2018년 10월 1일∼2019년 9월 30일) 예산안 처리에 실패했다. 당시 국경 장벽 설치 예산 규모를 정하는 문제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예산안 처리 자체가 막혀 버렸다. 대신 의회는 임시변통으로 다음 달 7일까지 연방정부가 사용할 예산안을 편성해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새 예산안 처리 시한인 다음 달 7일 이전에 2019년도 예산안이 처리되거나, 아니면 새로운 임시 예산안이 통과돼야만 연방정부는 중단 없이 업무를 계속할 수 있다. 업무가 중단되면 유권자들이 불편을 겪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셧다운을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장벽 설치 비용을 두고 양당의 골이 오히려 더 깊어지면서 이번에도 예산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하원 공화당 지도부와 회동한 자리에서도 “셧다운을 막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을 것이며, 셧다운 발동에 기꺼이 서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11·6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내년 초부터 예산안 권한이 막강한 하원을 장악하게 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번 회기 내에 장벽 설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하원 장악으로 느긋해진 민주당은 ‘셧다운이 두렵지 않다’며 배짱을 보이고 있다.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7일 “공화당 소속 대통령과 의회하에서 셧다운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민주당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장벽 설치 예산을) 멕시코 정부로부터 받아내지 그러냐”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유세 때 멕시코가 장벽 설치 비용을 내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멕시코는 아예 ‘Wall(장벽)’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대다수 미국인도 셧다운을 위협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다. 22일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5%는 ‘장벽 예산 확보는 셧다운을 감행할 만큼 가치 있는 이슈가 아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3월 국경 장벽 설치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하는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가졌다. 장벽은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동부 텍사스까지 2000마일(약 3218km)에 달하는 국경선에 8곳 정도 설치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주의 샌디에이고와 칼렉시코, 애리조나주의 투손, 뉴멕시코주의 샌타테리사, 텍사스 주의 리오그란데밸리와 엘패소 등이 주요 설치 지역이다. 여기에 드는 초기 비용은 올 초 의회로부터 승인받은 기존 장벽 보수 예산 16억 달러로 충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50억 달러를 더 받아내려는 것이고, 민주당은 ‘16억 달러 외에는 없다’면서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 의회가 ‘협상의 달인’인 만큼 셧다운 직전에 장벽 설치 예산 문제가 타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50억 달러에 못 미치는 선에서 합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트럼프#멕시코 국경 장벽#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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