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기강 위험수위, 국정사령탑서 울리는 경고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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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청와대가 민정수석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전원을 교체했다. 특감반 소속 김모 수사관이 이달 초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방문해 ‘국토교통부 공무원 뇌물 사건’의 수사 상황을 캐물은 비위가 뒤늦게 드러난 데 이어 추가 비위자까지 드러나자 강경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이번에 전원 교체된 특감반은 검찰 경찰 등에서 파견 나와 각 부처와 공공기관의 비리 사실을 감찰해 왔다.

청와대는 이례적인 조치에 대해 “공직기강을 세우고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전원 교체된 특감반에 조직적인 비위 등은 없다고 했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앞서 적발된 김 수사관의 비위 사실도 청와대 측은 한동안 함구한 바 있다. 공직기강을 세우려면 비위 사실부터 공개하고 사안에 따라 수사를 하거나 해당 기관에 통보해 징계를 받게 하는 등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앞서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은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고 경고한 바 있다. 대통령의 일정과 동선을 책임지는 핵심 참모가 대통령의 말을 가볍게 들은 것이다. 문 대통령이 10월 벨기에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 때 단체사진을 찍지 못한 것을 비롯해 의전 실수가 잦아 구설에 올랐다. 경호처 5급 공무원은 술집에서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행패를 부리다 직위해제됐다.

최근 한 달 새 꼬리를 물고 이어진 청와대 직원들의 기강 해이를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청와대 정부’라고 불릴 정도로 권력을 휘두르다 보니 외부기관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까지 월권이나 비위를 저지르며 권력의 오만에 빠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송인배 정무비서관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와 관련해 최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이던 고 강금원 회장 소유의 골프장 이사로 있으면서 급여 등 명목으로 2억80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청와대가 팔이 안으로 굽듯 특정인에 대해선 온정적으로 처리하면서 내부 기강을 세우긴 힘들 것이다.

국정사령탑인 청와대의 기강이 흔들리면 공직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다. 임종석 실장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일 것이다. 특감반 전원 교체 정도로 청와대의 공직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필요하면 청와대 개편을 앞당겨서라도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특별감찰반#공직기강#김종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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