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격 유성기업 대표의 증언 “폭행 흔적 치우는 ‘정리조’도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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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나 나오는 폭력을 실제 눈앞에서 보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감금된) 1시간이 10년 지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29일 오후 2시 40분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만난 유성기업 최철규 대표이사(64)의 눈빛은 불안해 보였다. 최 대표는 22일 폭행을 당한 김모 상무(49)와 함께 자신의 사무실에 갇힌 채 김 상무가 노조원들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최 대표는 이 사건 이후 “어두컴컴한 길에서 사람이 나타나기만 해도 가슴이 덜컹거리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해둔 상태다.

최 대표는 “일부 노조원들이 ‘최 대표를 몰아내자’고 주장하고 있는 등 다음 타깃은 나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부하 직원이 맞는 걸 옆에서 보면서도 지켜주지 못한 게 가장 가슴 아프다”고 털어놨다.

최 대표는 ‘우발적 폭행’이라는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대표이사실 문을 부수고 들어와 초반 1, 2분 사이에 집중적으로 폭행이 이뤄졌고, 이후에도 2, 3차 폭행이 계속 이어졌다는 것. 그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함께 김 상무가 얼굴에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도 계속 얼굴을 가격하고 뺨을 10여 차례 때렸다”고 전했다.

당시 노조원들끼리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나섰다는 게 최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폭행으로 바닥이 피범벅이 되자 물을 뿌리고 정리를 했다. 집기류 엎어진 것도 다 세우는 등 ‘정리조’가 있더라”고 말했다.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에는 아쉬움을 밝혔다. 최 대표는 “비명 소리가 나고 두들겨 맞고 있는데 어떻게 해서라도 경찰이 노조원들을 밀치고 들어오는 모습만 보여줬어도 위안이 됐을 텐데 그러질 않았다”고 지적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김 상무 폭행에 가담하거나 경찰·소방관의 현장 진입을 막은 11명을 출국 금지하고 출석을 요구했다고 29일 밝혔다.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 노조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원들은 계획된 폭행이 아니라 1, 2분 만에 상황이 종료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우발적 폭력 사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이어진 서울사무소 점거 농성도 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사측이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도성대 유성기업 노조 아산지회장은 “(2011년부터 진행된) 사측의 노조 파괴와 사람을 죽게 한 행위들이 무엇 때문에 발생하게 된 건지 잘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민의 안전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장관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유성기업 폭행 사건) 피해자한테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구특교 kootg@donga.com / 아산=지명훈 기자
#유성기업#최철규 대표이사#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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