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위직, 초유의 ‘인사 항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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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누락 서울경찰청 경비부장
“백남기 시위 진압 이유로 배제, 현정부 人事 국정조사를” 공개서한
靑향해 일격 날린뒤 명퇴 신청
서울경찰청장에 원경환

경찰 고위직인 현직 경무관이 인사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2만 경찰 중 경무관 이상은 0.09%(110명)에 불과해 ‘경찰의 별’로 불린다. 민갑룡 경찰청장 취임 후 첫 정기 인사에서 벌어진 전례 없는 사건에 경찰 내부가 들썩였다.

정부가 치안정감 3명과 치안감 4명의 승진 인사를 단행한 29일, 고배를 마신 송무빈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장(54·경찰대 2기)은 ‘부당한 승진 인사’라며 언론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송 부장은 “탄핵 관련 촛불집회를 평화적으로 관리한 유공자를 치안감 승진에서 배제한 현실에 절망감을 느낀다”며 “현 정부의 경무관 이상 고위층 승진 인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벌여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구호를 빌려 “(이번 인사에) 기회가 평등했는지, 과정은 공정했는지, 결과는 정의로웠는지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송 부장은 서한을 보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입장을 직접 밝혔다. 그는 2015년 11월 백남기 농민이 숨진 민중총궐기 시위 당시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장을 맡았다는 이유로 3년째 승진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1월 경무관 승진 이후 치안성과 평가에서 4년 연속 최우수(S) 등급을 받았는데도 정치적 이유로 승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송 부장은 경찰 고위직의 인사 시스템이 출신 지역과 입직 경로 안배에 치우치지 말고 성과 위주로 이뤄지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무관 이상은 청와대에서 뽑고 싶은 사람을 뽑아 예측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인사 시스템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원칙과 기준이 없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승진 경쟁에 뛰어들어 과열 양상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송 부장은 이날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한편 경찰의 2인자로 꼽히는 서울경찰청장에는 원경환 인천지방경찰청장(57·간부후보생 37기)이 내정됐다. 강원 평창 출신인 원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평창고와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했다. 경찰청 감찰담당관, 청와대를 경비하는 서울경찰청 101경비단장, 경찰청 수사국장 등을 거쳤다. 과묵한 성격으로 감찰과 경비 업무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월 고향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렸을 때 강원지방경찰청장을 맡아 국제적 행사를 원활하게 치러냈다. 다음은 치안정감과 치안감 승진 및 전보 인사 명단.

◇경찰청 <승진> ▽치안정감 △부산지방경찰청장 이용표 △인천〃 이상로 ▽치안감 △생활안전국장 김진표 △사이버안전국장 김재규 △교통국장 노승일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조용식 <전보> ▽치안감 △보안국장 이준섭 △외사국장 박화진 △경찰인재개발원장 박기호 △중앙경찰학교장 정창배 △대구지방경찰청장 이철구 △대전〃 황운하 △울산〃 박건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차장 김재원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 최해영 △충남〃 박재진 △경북〃 김기출 △경남〃 김창룡 △경찰청 경무담당관실(공로연수) 이재열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경찰#인사#백남기 시위 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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