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 청년들, 실패 무릅쓰고 미래에 도전합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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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하는 지성’ 책 펴낸 염재호 고려대 총장

22일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장이 각광받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며 “젊은이들이 도전, 개척정신 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2일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장이 각광받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며 “젊은이들이 도전, 개척정신 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금 한국 사회는 구한말과 바뀐 게 없습니다. 청년들은 20년 전 부모들의 사고방식으로 20년 뒤를 준비하고 있죠.”

염재호 고려대 총장(63)은 22일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총장은 “정치는 당쟁만 거듭하고 있고 개화기처럼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나오지만 시스템이나 사고방식은 그대로다”라고 지적했다.

15일 출간한 그의 저서 ‘개척하는 지성’(나남출판·1만8500원·사진)에는 사회 각 분야의 미래와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이 담겨 있다. 염 총장은 젊은 세대를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그는 “강단에 있을 때부터 기성세대의 성공 방식을 무작정 따르는 젊은이들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개척하는 지성’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라는 뜻이다.

그는 20년 가까이 이 책의 토대가 된 ‘미래사회와 조직’이라는 교양과목을 지도했다. 성적평가 때도 ‘20년 뒤 본인에 대해 서술하라’는 문제를 냈다. 염 총장은 “왜 이 수업을 수강했냐는 질문에 ‘엄마가 하라고 해서’라고 답하는 학생도 있었다”고 했다. 수업을 듣고 자신이 살아갈 미래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저는 청년들에게 ‘엄마 말 듣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해요.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수동적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것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기성세대에게도 뉴노멀 시대는 위기다. 그는 “이들은 미래를 준비할 기회가 부족했다”며 “정부는 70, 80세가 넘어도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 총장은 “한 사이클을 30년으로 치면 기존에는 두 사이클 이후는 ‘여생’에 속했다. 지금은 세 사이클이 됐지만 사회는 한 사이클이 더 남은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은퇴를 요구한다”고 했다.

바쁜 일정에도 2년 동안 틈틈이 생각을 정리했다. 주말이나 해외 출장 때 비행기에서 글을 쓴 것이 대부분이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 책방에 간다. 호기심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하다. 젊은 세대의 이야기는 학생들과 자녀들에게서 듣는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 노래 ‘DNA’의 가사로 주례사를 하기도 했다.

“1980년대 미국 유학을 갔을 때 만났던 일본인 친구가 아버지보다 통하는 게 많았어요. 세대 간 격차는 국가 간 격차보다 더 큽니다. 세대 격차를 줄이려면 소통하려는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2015년 취임한 염 총장은 내년 2월 퇴임한다. 그는 “대학이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지식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며 “학생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대학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힘썼다”고 했다. 총장직에서 내려온 뒤에는 당분간 못 썼던 책을 집필할 계획이다.

“노년을 대비해야 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에 요즘 관심이 많아요. 새 길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는 ‘개척하는 은퇴’도 준비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고려대#염재호 총장#개척하는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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