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르네상스… 지방 국립대 인재 활용해 균형발전 이끌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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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성장 동력 제약-바이오산업

국내 첨단 제약 바이오 업체가 입주한 인천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 제약 바이오 산업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성장 동력이다.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는 올해 바이오 의약품 제조 및 생산능력이 51만L에 이르면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국내 첨단 제약 바이오 업체가 입주한 인천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 제약 바이오 산업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성장 동력이다.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는 올해 바이오 의약품 제조 및 생산능력이 51만L에 이르면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9월 7일 한국의 대표적인 제약·바이오 기업 47개가 참여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8 제약바이오산업 채용박람회’는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 5000여 명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특히 유한양행, 한미약품, GC녹십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메디톡스 등 5개 회사의 채용설명회는 구직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제약·바이오기업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성장 산업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의약품 제조업의 정규직 비중은 99.9%에 이른다. 국내 산업계의 정규직 평균인 67.1%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업계 관계자는 정규직 비율이 높은 이유를 “전문지식을 활용하는 업계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제약 산업에 종사하는 연구원은 2011년 8765명에서 2016년 1만1862명으로 약 3000명이 늘었다. 제약 산업이 성장한 것은 연구 역량을 갖춘 인재들의 연구개발(R&D)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약·바이오산업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필수 연구 인력이 확충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지난해 7월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한국을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육성시키겠다는 정책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최근 교육부가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약대 계약학과 정원 100명 가운데 60명을 약대 입학정원으로 돌리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시장의 요구를 수용한 측면이 있다. 늘어난 입학정원은 약사 인력 증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존 약대로 배정하거나 약대 신설이 예상되고 있다.

제약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다. 2017년 현재 세계 제약 산업 시장 규모는 1200조 원으로 400조 원 정도인 반도체 산업의 3배다. 이뿐만 아니라 2005년 이후 10년간 연평균 6% 이상 성장하고 있는 유망 산업이다. 국내 제약 산업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10.7%씩 성장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최근 5년간 수출증가율 13.6% △최근 3년간 신약 기술 수출 33건 △수출 계약 규모 10조4000억 원을 달성했다. 업계는 2021년까지 글로벌 시장 규모가 17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 산업 시장 중 바이오 의약품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 바이오산업이 세계경제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는데 2014년 179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2020년 2780억 달러 규모로 급속히 팽창해 세계 의약품 시장의 2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제약업체의 생산 시설. 동아일보DB
한 제약업체의 생산 시설. 동아일보DB
제약 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꾸준히 많이 만들어 내면서 국내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제약 산업의 연평균 고용증가율(2005∼2015년)은 3.9%로 2005년 65만 명에서 2015년 94만510명으로 45% 늘었다. 이에 반해 제조업 종사자는 같은 기간 343만3000명에서 400만6000명으로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보건복지부는 9월 규제 완화와 신기술 투자를 통해 바이오헬스 일자리를 2017년 기준 14만4000개에서 2022년 18만6000개로 늘릴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 배경에는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신종질병 증가에 따른 의약품 수요 증가 △4차 산업혁명 등이 있다.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당뇨병 치료제의 경우 2015년 417억 달러에서 2022년 661억 달러로 커져 의약품 시장 중 항암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4차 산업혁명도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시대 흐름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존 헨리 클리핑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교수는 2017년 한국에서 열렸던 ‘바이오 미래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은 결국 생태 혁명이 될 것이고, 기술 융합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며 “바이오와 생명공학이 정보기술(IT)과 결합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천시가 송도를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로 육성하는 것도 제약·바이오가 가진 유망성과 파급효과 때문이다.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청장은 지난달 제약·바이오의 심장인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세계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송도에서 기업 하는 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며 송도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송도는 올해 바이오 의약품 제조 및 생산능력이 51만 L에 달해 세계 1위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017년 한국제약산업 길라잡이’ 보고서에서 제약·바이오업계가 더욱 발전하는 데 필요한 첫 번째 요소로 ‘연구개발비 지원 확대’를 꼽았다. 국내 제약업계의 R&D 투자 총액은 1조7000억 원으로 세계 1위 제약기업 노바티스 연간 연구개발비 10조 원의 17%에 그친 것을 지적하며 정부의 R&D 지원을 촉구했다.

R&D의 성패는 질 높은 연구 인력이 좌우하기 때문에 제약·바이오업계에 필요한 인력 양성 또한 지금보다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 BMS 조혜경 전무는 “연구에 필요한 인력 수준이 기업의 기대에 못 미쳐 재교육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며 대학에서 배출하는 의·생명 관련 학과의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산업 약사와 임상 약사(Pharm D)를 포함해 생명공학, 화학 등 수준 높은 전공자가 원활히 공급되면 제약·바이오업계의 경쟁력이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약사 인력 부족을 해결한다는 정부 보고서가 나오고 있지만 약사 증원을 놓고 약사회는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고 있어 산업계와 공공의료 부문에 필요한 약사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7년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에서 2030년 부족한 약사 인력이 1만 명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약사회는 “약국은 포화상태이고 병원 약사 취업난도 매년 심각하다”고 맞서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이 수도권에 몰려 있지만 인력 공급은 지방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만큼 약사 공급에 지방 국립대를 활용해 대학 발전을 이끄는 계기로 삼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학이 발전하면 대학이 있는 지역도 발전한다는 ‘대학주도 성장론’이 그 배경이다. 국토교통부가 올해부터 추진 중인 ‘혁신도시 시즌2’는 대학을 활용해 정주 요건을 강화하고 창업 환경을 조성해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대학과의 연계는 시너지를 충분히 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립대 육성-혁신도시 질적 성장-지역균형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는 정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30년 내 사라질 지방자치단체가 85곳에 이른다는 한국고용정보원의 지역 소멸 예측에 대학을 중시하는 새로운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립대 인재를 활용해 대학도 발전하고 지역도 살며 제약 산업 등 핵심 산업에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제약 바이오 산업#전북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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