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거니 뒤서거니 ‘알콩달콩 12년’… 日그린도 동반 접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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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PGA 통산 4번째 상금왕 안선주-메이저 3관왕 신지애

200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두 명의 무서운 10대 새내기가 등장했다. 안선주(31)와 신지애(30)였다. 평생 한 번뿐인 신인왕 경쟁을 펼친 둘 중 승자는 신지애였다.

그로부터 12년이 흘러 30대에 접어든 안선주와 신지애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로 무대를 옮겨 이번 시즌 상금왕을 다퉜다. 치열한 레이스 끝에 안선주는 약 1546만 엔(약 1억5000만 원) 차이로 신지애를 제치고 통산 네 번째 상금여왕이 됐다.
출처= KLPGA 제공.
출처= KLPGA 제공.

사상 첫 한미일 상금왕 석권을 노리던 신지애는 25일 시즌 마지막 대회인 리코컵에서 우승하며 일본 투어 사상 첫 메이저 3관왕에 올랐다.

이 대회 1라운드에서 안선주와 신지애는 같은 조로 묶였다. 두 선수는 각각 진행된 전화 인터뷰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며칠 전의 그 동반 라운딩부터 떠올렸다.

“지애에게 ‘넌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잘한다. 참 배울 게 많다’고 했어요. 늘 노력한 결과가 아닐까요. 집중력은 따라갈 수가 없어요.”(안선주)

“언니가 저를 치켜세우면서 본인은 아직 성장 중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말들이 제 마음에 크게 다가왔어요. 경쟁자가 있어 발전한 거 같아요.”(신지애)

둘의 골프 인생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신지애가 중학생 때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뒤 보험금과 조의금 등으로 골프를 계속할 수 있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연이다. 잘나가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돌연 포기하고 2014년 일본투어에 뛰어들었다. 오랜 객지 생활의 고단함 속에 목표의식도 실종됐기 때문이었다.

안선주는 외모지상주의에 휘말려 상처를 받다 국내 투어를 떠났다. 뛰어난 실력에도 스폰서의 외면을 받았고 전년도 우승자인데도 TV 화면에 잘 안 나오도록 대회 조편성에서 홀대를 받는 일도 있었다.

두 선수는 시련을 극복한 끝에 국내에선 이미 황혼에 접어들었을 30대에 전성기를 맞았다. 안선주는 일본 진출 첫해인 2010년 국내에서 못 받은 신인상과 함께 상금왕까지 오른 뒤 2014년 골프 선수 출신 김성호 씨와 결혼했다. 그는 올해 상금왕 등극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2016년 상금 9위, 지난해 10위로 떨어졌어요. 은퇴를 고민하다 성적이 나쁠 때 관두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죠. 결혼 후 처음 오른 상금 1위 자리라 더 기뻐요. 남편 도움이 컸어요.”

신지애는 골프 외적인 삶에도 관심이 많다. 평소 독서를 많이 하는 그는 틈나는 대로 미술 전시회나 콘서트를 찾고 있다. 5월에는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아버지와 함께 고향 광주에 갤러리를 열었다. 신지애는 “늘 행복한 골프인이 되고 싶다.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려 한다”고 말했다. 둘 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했다.

막 시즌을 끝냈지만 이들의 시선은 어느새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안선주는 2세 계획을 밝혔다. “아기를 낳기 위해 내년엔 몸부터 만들겠다. 남은 목표는 일본에서 2승을 더해 30승을 채우는 것이다. 그래야 영구 시드(출전권)를 받는다. 좋은 엄마가 된 뒤 필드로 돌아오고 싶다.”

신지애는 처음으로 베트남에서 전지훈련을 할 계획이다. “내 기술을 100% 만들 수 있는 강한 체력을 갖추려고 한다.”

은퇴에 대한 그림이 아직 그려지지 않았다는 그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 희망도 밝혔다.

10년 전 20대 초반의 안선주와 신지애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둘 다 “선수 생활 오래하고 싶지 않다. 서른까지만 하겠다”고 말한 기억이 났다. 그 얘기를 꺼냈더니 안선주와 신지애 모두 웃었다. “철없을 때 한 말이다. 요즘은 골프가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klpga#신지애#안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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