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과 우정 ‘스폰지밥’ 아버지 잠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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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앓던 힐런버그 별세
해양생물 전공 살려 해면 의인화, 독창적 캐릭터로 세계적 인기 누려
60여개 언어로 번역 200개국서 방영

스티븐 힐런버그가 자신이 창조한 ‘스폰지밥’ 캐릭터를 들고 코믹한 모습을 연출한 젊은 시절 모습. 동아일보DB
스티븐 힐런버그가 자신이 창조한 ‘스폰지밥’ 캐릭터를 들고 코믹한 모습을 연출한 젊은 시절 모습. 동아일보DB
“처음에는 과학적 사실에 충실한, 자연 상태의 비정형 해면을 그려봤다. 그러다 사각형 해면을 그렸는데 우스웠고 내가 생각하던 조금 꺼벙하고 순진무구하며 괴짜인 캐릭터와 꼭 들어맞았다.”(스티븐 힐런버그·2001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

미국 인기 TV 만화 시리즈 ‘스폰지밥’을 만든 스티븐 힐런버그 씨가 26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57세. 지난해 3월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사실을 밝힌 힐런버그는 “‘스폰지밥’을 계속 만들 것이며 할 수 있을 때까지 작품에 기여하겠다”며 투병 중에도 작품에 대한 열정을 이어갔다.

험볼트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해양생물학을 전공한 힐런버그는 학생들에게 해양생물에 대해 쉽게 가르치려고 직접 만화책을 제작하다 만화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졸업 후에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해양연구소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쳤다. 1992년에는 캘리포니아 예술원에서 애니메이션 석사 학위를 받았다. 힐런버그가 해양생물에 관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모두 쏟아 부어 만든 것이 ‘스폰지밥’ 캐릭터다.

힐런버그는 1992년 어린이 방송을 주로 만드는 방송사인 ‘니켈로디언’에 입사했다. ‘로코의 모던 라이프’의 작가 겸 감독으로 일하다 ‘스폰지밥’ 캐릭터를 개발했다. 이 캐릭터를 내세운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폰지밥’은 1999년 처음 전파를 탄 뒤 인기를 얻었다. 약 20년간 수백 편의 에피소드로 방송되며 니켈로디언의 간판 프로그램이 됐다. 편당 시청자 수가 최고 2700만 명에 달했다.

‘네모바지 스폰지밥’은 가상의 수중 도시 비키니 시티를 배경으로 해양생물인 해면을 의인화한 바다 생물 스폰지가 벌이는 이야기다. 60여 개 언어로 번역돼 한국을 비롯해 200여 국가에서 방영되며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누렸다. ‘방송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을 4차례 수상했고, 힐런버그는 애니메이션계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 에미상 특별상을 받았다. 2004년과 2015년 극장용 영화로 만들어진 데 이어 지난해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도 제작돼 토니상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는 2020년 세 번째 ‘스폰지밥’ 영화를 개봉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앞선 두 편의 영화도 각본과 연출을 손수 맡았다. ‘니켈로디언’은 27일 공식 논평을 내고 “힐런버그는 ‘네모바지 스폰지밥’에 독특한 유머와 순수함을 담아 여러 세대의 아이와 가족에게 기쁨을 줬다. 그가 만든 완전히 독창적인 캐릭터와 수중 도시는 오래오래 남아 낙관주의, 우정, 상상력의 무한한 힘을 떠오르게 해줄 것이다”고 추모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스폰지밥#스티븐 힐런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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