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가치 안 오르는 이유? 지배주주가 돈 빼돌리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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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28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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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사진=동아일보 DB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사진=동아일보 DB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한국 경제 규모 대비 기업 가치가 성장하지 않은 이유로 "돈을 번 기업의 지배주주가 다른 데서 돈을 빼돌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주 전 사장은 28일 KBS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아주 대놓고 하는 횡령 문제도 있지만 신규 사업이나 수익성 낮은 사업에 주식으로 지분 출자를 하거나 돈을 빌려주게 하는 방식으로 돈이 되는 사업에서 돈이 안 되는 사업 쪽으로 (돈을) 빼돌린다. 그래서 전체적인 자기 규모는 키우고. 그러다 보니 좋은 기업의 주가들이 계속해서 오르지 못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껏 기업이 돈을 벌어서 이익이 나면 계열사로 빼돌리거나 아니면 배당을 안 하고 그냥 붙잡고 앉아 있으니까 주가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주가가 낮으면 무슨 문제가 되느냐? 신규로 자본 조달을 해야 될 때 사람들이 저렇게 맨날 빼돌리는 사람한테 내가 왜 주주로 투자를 또 해줘? 그렇게 생각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경영진이라고 하면 자기가 속해 있는 기업을 잘 운영해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것이 주주한테도 좋지만 자기한테도 좋은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낮은 주가를 놔두면서 그냥 경영을 할까? 경영의 지배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꼭 주가 오르는 것보다는 자기 지분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주 전 사장은 "경영진을 뽑는 재벌총수의 우선순위는 내가 경영권을 유지하고 세습할 수 있느 조건을 만들면서 이익도 내야 좋은 거다. 내 경영권이 희석되거나 내가 세습하기 어려워지는 구조로 기업이 잘 되면 나한테는 좋은 일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부연했다.

또 "지난 한 10년간 우리나라 상위 4대 기업인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그룹의 비중이 30대 그룹 중에서 자산으로 53%, 이익으로는 70%를 차지했다. 이 사람들이 운영하는 대기업의 ROE(Return On Equity·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낮기 때문에 우리나라 자본 수익율이 낮은 거고 이 사람들이 그렇게 운영해 우리나라 주가 인덱스가 안 오르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에 의한 경제력 집중이라는 것이 과거에 소위 빨리 성장을 할 때는 나름 쓸모가 있었다지만 더 이상은 쓸모가 없다는 걸 얘기할 때 보통은 일반적인 무슨 재벌 횡포, 이런 얘기를 하지만 자본수익률이라는 것 효율성이라는 면에서 있을 때 더 이상 대기업이 자본수익률이 높이기는커녕 도리어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아는 분들은 많지가 않다"라고 말했다.

주 전 사장은 이같은 문제의 해결 책으로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을 꼽았다. 그는 "주주를 대표해 경영진을 감시하라고 만들어놓은 제도가 이사회다. 한국은 재벌총수가 사외이사를 뽑는 구조다. 그러니 그게 감시가 되겠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벌총수가 가끔 잡혀 들어오면 판사들이 풀어준다. 집행유예 되면 마치 무죄인 것 처럼 활보한다. 그다음에는 부실한 계열사를 도와준다. 그걸 또 대법원에서 판례로 재벌총수가 직접 이익을 취한 게 아니면 부실한 기업에 돈을 빌려주거나 출자하도록 만든 것은 배임이 아니다 괜찮다는 판례를 만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계가 제대로 됐는지 밖에서 감시하는 공정 외부 회계인이나 그런 일이 안 이루어졌을 때 처벌하는 체제가 제대로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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