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맞지만 책임감 컸다”…이웅열 코오롱회장 전격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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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28일 1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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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행사 말미 연단 올라 “회장직 내려놓고, 창업가로 살겠다”
1996년부터 23년간 그룹 이끌어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겠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 News1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 News1
이웅열(63) 코오롱그룹 회장이 그룹 총수 역할을 내려놓고 퇴임한다. 23년 간 코오롱을 이끌어 온 이 회장은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창업가의 길을 걷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 회장은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 타워에서 임직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성공퍼즐세션 말미에 예고 없이 연단에 올랐다. 그리고선 “내년부터 그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며 “앞으로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참석자들은 물론 생중계로 행사를 지켜보던 그룹 전 임직원들을 놀라게 하는 깜짝 발언이었다.

이 회장은 행사 후 사내 인트라넷에 서신을 올려 퇴임을 공식화했다. 서신에서 그는 “2019년 1월1일자로 코오롱 회장에서 물러나고 대표이사와 이사직도 그만두겠다”며 “그간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보려 한다.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나이 마흔에 회장 자리에 올랐을 때 딱 20년만 코오롱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3년이 더 흘렀다”며 “시불가실(時不可失·좋은 기회는 두번 다시 오지 않는다).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난다”고 했다. 이원만 코오롱그룹 창업주의 손자인 이 회장은 부친인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바통을 물려받아 외환위기가 터지기 1년 전인 1996년 1월부터 23년간 회장직을 맡아 왔다.

이 회장은 재벌가에서 태어나 20년 넘게 그룹을 이끌어 오는 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특권도 있었지만 과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에 짓눌렸다고 토로했다. 그는 “저보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온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를 느껴야 했고, 금수저를 꽉 물고 있느라 입을 앙 다물었다. 이빨이 다 금이 간 듯하다. 턱이 빠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그 특권과 책임감을 모두 내려놓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자신의 퇴임이 코오롱엔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계기가 될 것이라도 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카. 공유경제와 사물인터넷 등 산업 생태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면 살고, 뒤처지면 바로 도태될 것”이라며 “하지만 중장기 전략은 실체가 희미하고 꿈을 실행할 계획은 디테일하지 않다. 이제 그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

특히 “내가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나겠구나 생각했다”며 “제가 떠남으로써 변화와 혁신의 빅뱅이 시작된다면 제 임무는 완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임직원들에게 “더 힘차게 가속 페달을 밟아 달라. 더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봐달라”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이날 별도의 퇴임식 없이 깜짝 퇴임 선언과 서신으로 23년 간 고락을 같이 한 임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이 회장은 “편지로 임직원 여러분들과 마지막을 나누고 싶었다. 제 편지에 마침표는 없다”며 “여러분의 진정한 변화와 성공이 마침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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