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세진]反화웨이 동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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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華)’는 중국을 의미한다.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업체 화웨이(華爲)의 사명(社名)은 ‘중국을 위하여’라는 뜻. 이름에서부터 국가주의, 국수주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정보장교 출신이다. 대외적으로 근로자가 주식을 소유한 종업원지주제를 표방하지만 공산당이 경영에 깊숙이 개입해 국가 프로젝트를 독점 수주하며 급성장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이 최근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안보동맹국 정부와 기업에 화웨이의 5세대(G) 통신장비를 쓰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미국은 이미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언제든 악용될 수 있다며 사용을 금지했다. 중국 정부가 도청이 가능한 백도어(해킹 프로그램)를 통신장비에 숨겨 놓으라고 사실상 지시하면 화웨이는 이를 거절할 수 없다는 것. 미국은 주요 안보동맹국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반(反)화웨이 전선 구축에 나선 셈이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의 유착설을 강력히 부인한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화웨이의 최고경영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교체할 수 있다. 이 회사가 사실상 중국 국가의 소유이고 좁게는 중국 공산당 소유로 인민해방군과 한 몸 혹은 군산복합체라고 보는 이유이다. 특히 시진핑 시대에 들어 국진민퇴(國進民退), 즉 국유기업이 약진하고 민영기업이 후퇴하면서 기업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를 견제하는 것을 양국 간 기술 분야 무역전쟁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미 통신장비 분야 세계 1위인 화웨이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모세혈관이 될 5G 통신망 장비를 전 세계에 공급하는 것을 미국이 마냥 보고만 있을 순 없다는 거다. 미국은 화웨이뿐 아니라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선봉에 선 푸젠진화반도체에 미국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도 금지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등 차세대 기술 전체에 자국 부품 수출을 금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첨단산업의 주도권 싸움이 군사력과 직결되는 21세기, 주요 2개국(G2) 패권 전쟁의 한 단면이다.
 
정세진 논설위원 mint4a@donga.com
#화웨이#5g 통신장비#백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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