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청렴은 대한민국의 시대정신… 양복 대신 청색 작업복 입고 일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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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석 부산 기장군수 인터뷰

“공직자의 청렴 정신이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이죠.“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60·사진)는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렴은 시대정신”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업무추진비를 쓰지 않고 있다. 예산 편성에서 배제했고 내년도 마찬가지다. 6·13지방선거에선 가장 적은 선거비용(약 3200만 원)을 써서 화제가 됐다. 선거사무실, 유세 차량도 없이 가족들과 발로 뛰었다. 오 군수는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지방관이 백성을 사랑하는 길은 절용(節用)하는 것이라 하셨다. 법적으로 보전받을 수 있는 선거 비용조차 소중한 혈세인 만큼 돈 안 드는, 깨끗한 선거를 치르려 노력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43.2%의 득표율(3만2248표)로 2위 후보를 11.7%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차기 총선 등에서 보수, 진보 양측이 가장 탐내는 부산의 기초단체장이 된 이유다.

오 군수는 양복 대신 이른바 ‘군수복’이라 불리는 청색 작업복을 입는다. 화재 등 기장군에 큰일이 일어나거나 급한 민원이 발생하면 언제든 달려가기 위해서라고 한다. 오 군수는 “매일 오전 5시 반경 시장을 방문하며 하루를 여는데 오후 10시 30분경 귀가할 때쯤이면 군수복에 땀이 흥건해 10벌쯤 군수실에 뒀다”고 말했다.

퇴근이 늦는 것은 오후 6시부터 민원인과 직접 만나는 ‘야간 군수실’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오 군수는 “수첩을 보니 2010년 7월부터 1만9437명이 방문했다. 주말, 공휴일에도 오전 9시부터 운영한다”며 “가끔 방문자가 없는 날에는 곳곳을 다니며 애로가 없는지 묻는다”고 말했다. 오 군수는 발로 뛰는 행정을 하느라 그간 휴가를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그는 “서류나 책상으로 하는 탁상행정으론 안 된다. 마치 의사가 환자의 병을 고칠 때 청진기를 대보고, 진맥해 꼼꼼히 살펴야 하는 것처럼 주민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고충을 들어야 보다 나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오 군수는 동국대 한의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한의사다.

바쁜 와중에도 기장군 발전을 위해 대형 행사를 유치하는 데는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19일 개막한 ‘2018 기장 국제 야구대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진행하는 ‘지역 특화 스포츠관광산업 육성사업’에 공모해 유치에 성공했다. 이 행사는 국내 최초로 엘리트 사회인 야구인들이 함께하는 전국 최대 야구축제로 다음 달 2일까지 이어진다.

그런 오 군수가 요즘 기장군을 비우는 날이 있다.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에 오 군수는 부산시청 앞에서 부군수 임명권을 군수에게 돌려달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달 20일이 18번째였다. 그는 “부군수(부구청장) 임명권은 지방자치법에 명확히 보장된 군수(구청장)의 권한인데 부산시는 지방분권의 참뜻을 가로막는 악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기장군 발전을 위해 반드시 돌려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군수는 “산골짜기에서 흐른 물은 어떤 역경에서도 반드시 큰 바다로 흘러간다는 뜻의 ‘만절필동(萬折必東)’을 늘 가슴에 품고 일한다”며 “사리사욕을 멀리하고 기장군 발전을 위해 뛰어달라는 군민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충신(忠臣)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공직자 청렴#대한민국의 시대정신#양복 대신 청색 작업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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