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기업구단 첫 강등팀 부산은 자존심을 회복할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1월 27일 05시 30분


부산은 구도로 불린다. 야구뿐 아니라 축구의 인기도 뜨거웠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부산 아이파크는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된 2012년 이후 2부로 강등된 첫 기업구단이다. 내년에는 부산을 K리그1에서 볼 수 있을까. 사진은 지난 10월 21일 대전시티즌전 승리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부산 선수단.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부산은 구도로 불린다. 야구뿐 아니라 축구의 인기도 뜨거웠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부산 아이파크는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된 2012년 이후 2부로 강등된 첫 기업구단이다. 내년에는 부산을 K리그1에서 볼 수 있을까. 사진은 지난 10월 21일 대전시티즌전 승리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부산 선수단.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기업구단이 강등된 경우는 딱 한번 있었다. 모두 12번의 강등 사례 중 2015년의 부산 아이파크가 유일하다. 내년 시즌 K리그1 꼴찌로 자동 강등이 확정된 전남 드래곤즈는 두 번째 희생양이다.

부산은 당시 클래식(1부)에서 15경기 연속 무승(6무9패)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부진 속에 11위로 추락했다. 이어 챌린지(2부) 수원FC와 가진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2연패를 당하며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났다. 도시민구단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운영비를 감당해야하는 기업구단 입장에서 2부 추락은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더구나 구단의 모기업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대주주인 HDC현대산업개발이어서 이래저래 말들이 많았다.

부산구단의 연고를 찾아보면 1970년대 새한자동차를 거쳐 1983년 창단한 대우 로얄즈가 전신이다. 대우는 전 관왕을 차지한 1997시즌을 포함해 모두 4번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명문구단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부산은 축구도시로 불릴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안정환을 비롯해 수많은 스타들이 거쳐 갔다. 대우그룹의 해체로 축구단은 2000년 현대산업개발로 넘어갔다. 하지만 우승 DNA까지 전수되지는 못한 모양이다. 뚜렷한 색깔 없이 중하위권을 맴돌다가 3년 전 강등의 수모를 당했다.

빠른 승격을 다짐했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강등의 충격 탓인지 2016시즌 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1위 아산의 승격권 박탈로 가까스로 기회를 얻어 4위 강원과 준PO를 가졌다. 하지만 0-1로 졌다.

지난 시즌은 절호의 찬스였다. 경남에 이어 2위를 마크하며 선수단 전력도, 분위기도 좋았다. 누가 봐도 승격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시즌 막판 조진호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함께 힘겨운 승부가 펼쳐졌다. 1부 11위 상주와 벌인 승강PO에서 1승1패의 접전 속에 마지막 승부차기에서 패하며 승격은 도루묵이 됐다. 한번 떨어지면 쉽게 탈출하기 힘든 2부의 만만치 않은 현실을 보여준 시즌이었다.

올해는 3번째 탈출 시도다. 시즌 순위는 3위다. 1위 아산이 경찰청의 선수수급 중단으로 승격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2위 성남이 자동 승격한 가운데 부산은 4위 대전과 5위 광주의 준PO 승자와 12월 1일 격돌한다. 이 경기 승자가 1부 11위와 승강PO를 치른다.

부산 최윤겸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부산 최윤겸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시즌 종료 후 지휘봉을 잡은 최윤겸 부산 감독의 고민은 깊어간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해야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그는 “주위에서는 우리가 항상 이겨야하고,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축구라는 게 막상 붙으면 그 결과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축구는 어렵다”고 심각하게 말했다.

올 시즌 용병농사 실패가 뼈아프다. 또 필요할 때 골을 넣어줘야 할 공격수의 잇따른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승격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지상과제다. 최 감독은 “어느 팀이 올라오든 쉬운 승부는 아니다. 대전이나 광주의 경우 시즌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안정을 찾고 적응이 다 된 팀들이다”며 “경기 당일 컨디션이 중요한데, 그걸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기회를 잘 살려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3년간 2부에서 몸부림치며 권토중래한 부산. 이번에는 기업구단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또 한 때 K리그를 호령하던 축구도시 부산의 팬들에게 승격이라는 큰 선물을 안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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