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적 연출 엇갈린 반응에도… 4부작 완주 기대감 여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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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신들의 정원에서 사과나무를 키우는 프라이아(가운데)를 두고 신들의  우두머리인 보탄(왼쪽)과 돈너(오른쪽), 거인인 파졸트(왼쪽에서 두 번째)와 파프너(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대적하는 장면. 월드아트오페라 제공
신들의 정원에서 사과나무를 키우는 프라이아(가운데)를 두고 신들의 우두머리인 보탄(왼쪽)과 돈너(오른쪽), 거인인 파졸트(왼쪽에서 두 번째)와 파프너(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대적하는 장면. 월드아트오페라 제공
태초의 소리가 연주되고 칠흑 같은 어둠에서 빛이 시작된다. 꿈인가 싶은 빛줄기와 함께 신들의 세계가 열리자 지혜를 상징하는 보탄의 눈이 무대를 유영한다. 14∼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은 길고 거대한 설치미술 같았다. 화가 겸 오페라 연출가인 독일 거장 아힘 프라이어는 무대를 화폭 삼아 붓 대신 조명을 휘둘렀다.

무대 전체를 덮은 투명막에 다양한 영상을 비춰가며 극의 변화를 이끌었다. 조도를 달리해 지상과 지하를 나누는 식인데, 처음엔 기발했으나 곧 단조로움을 느꼈다. 보탄의 외눈을 강조하고 긴 팔을 붙인 프리카의 무대의상은 지나치게 직관적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관전평도 비슷했다. “동화적이고 아름답다. 쉽게 입문하기 좋은 바그너 오페라였다”는 호평과 “연출과 소품이 유치할 정도로 일차원적이다. 바그너 드라마의 미덕을 살리지 못했다”는 혹평이 엇갈렸다.

비교적 박한 평가는 제작비 30억 원이 주는 기대감과 그간 사랑 등 주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연출에 익숙해진 탓이 클 테다. 한 전문가는 “오페라 토양이 척박한 탓에 프라이어식 연출이 더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다양한 연출을 시도하는 건 고무적인 일”이라고 했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금관주자 6명과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국내외 성악가들의 음색은 B+ 정도의 합격점을 받았다.

의미 있는 작업을 해낸 뚝심엔 대부분 찬사를 보냈다. 짧은 준비 기간에 프라이어는 복잡한 극을 놀라운 상상력으로 무대에 펼쳐 보였다. 바이로이트에서 활동하는 국내외 성악가를 섭외하고 오케스트라와 합을 맞추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터다. 국내 오페라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월드아트 오페라의 4부작 완주를 기대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바그너 오페라#니벨룽의 반지#아힘 프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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