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에 출입증 돌려줬지만… “앞으로 질문 하나만 하라” 새 족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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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CNN기자 출입정지 해제
CNN 소송취하로 일단락됐지만 ‘대통령에 단일질문’ 규칙 만들어
어길땐 출입정지 제재 경고… 언론자유 침해 논란 불씨 남아
짐 캐리, 트럼프 풍자 만평 올려

“당신의 출입증은 원상회복됐습니다. 앞으로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우리는 앞서 설명한 규칙에 따라 조치할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결정을 알고 있으며 동의합니다.”

미국 백악관이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인 짐 어코스타 CNN 기자에게 내린 출입 정지 조치를 해제한다는 내용의 ‘화해 서한’을 19일 보냈다. 어코스타 기자에 대한 출입 정지 결정에 반발해 법적 다툼에 나섰던 CNN은 백악관의 서한에 소송 취하로 화답했다.

미 행정부와 CNN의 ‘출입 정지 소송’은 일단락됐지만 ‘기자회견 규칙을 어기면 언제든지 출입을 정지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언론 자유 침해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백악관이 짐 어코스타의 출입증을 원상회복시켰다”며 “이 결과 우리는 소송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 백악관 취재를 다시 이어가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과 빌 샤인 백악관 공보국장은 사흘 전인 16일만 해도 “어코스타 기자의 출입 정지 조치를 해제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명령 효력(14일간)이 다하면 다시 출입 정지를 시키겠다고 공언하며 CNN과 어코스타 기자를 압박했다. CNN이 “모호하고 불투명한 기준을 소급해 적용하려는 시도”라며 백악관의 공식 답변을 요구하고 재차 법적 대응에 나서자, 백악관이 맞대응보다 전략적 후퇴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이 “자유를 제한할 때는 수정헌법 5조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법원 결정을 의식해 법적 다툼을 이어가는 대신 출입 제한에 대한 적법 절차를 확보하는 선에서 타협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샌더스 대변인과 샤인 공보국장은 이날 어코스타 기자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하나의 단일 질문을 해야 하며 △대통령이나 백악관 관리의 재량에 따라 후속 질문을 할 수 있으며 △질문이 끝나면 마이크를 넘기는 등 발언권을 양보해야 한다는 기자회견 규칙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백악관 출입을 정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N도 소송에서 질 경우 언론 자유와 백악관 취재를 제한하는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백악관이 기자의 질문을 통제하고 출입까지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언론 자유 침해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백악관 대변인실은 어코스타가 새 규칙을 어기면 출입증을 철회할 권리가 있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어코스타 기자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설전은 할리우드 유명 배우 짐 캐리의 ‘트위터 만평’에도 등장했다. 백악관에서 설전이 벌어진 사흘 뒤인 10일 캐리가 트위터에 올린 만평(그림)을 보면 설전 당시 기자회견장의 트럼프 대통령 자리에는 어코스타 기자의 질문이 듣기 싫다는 듯 뒤돌아서 궁둥이를 보이고 있는 말이 그려져 있고, 말총(말의 꼬리털)은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카락 색깔과 비슷한 금발이다. 캐리는 이 만평에 “할리우드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듯이 당신이 짐승과 일할 때 모든 것은 더 어려워진다”는 코멘트를 달았다. 민주당 지지 성향의 캐리는 그동안 트위터에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만평을 종종 올려 왔다.

캐리는 북한과 관련된 만평을 여러 편 그리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는 내 국민을 굶겨 이 미사일을 만들었다’라고 적힌 미사일 모양의 옷을 입은 채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그리고 있고 바로 옆에 웃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세워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전채은 기자
#cnn에 출입증#대통령에 단일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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