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꺽 꿀꺽, 캬~” 음주장면 광고 못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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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병원 등 금주구역 지정

그래픽=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그래픽=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정부가 이르면 2020년부터 금주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힌 장소는 초중고교와 병·의원, 관공서 등 지금도 사람들이 술을 잘 마시지 않는 곳이다. ‘길맥’(길거리에서 마시는 맥주) 문화의 중심인 도시공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따로 조례를 만들어야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놀이터와 키즈카페, 학원 등은 사유지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금주구역 범위를 좁게 정한 건 과거의 실패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 9월 대학 캠퍼스 등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려다가 주류업자와 지역 상인의 반발로 뜻을 접었다. 정부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알코올로 인한 사망자는 2013년 4476명에서 지난해 4809명으로 늘었다. 청소년의 위험 음주율(한 번에 소주 5잔 이상을 마시는 비율)은 2014년 47.5%에서 올해 52.5%로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인식조사에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음주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국민적 공감이 커졌다. 응답자의 94.3%가 초중고교 내 음주 제한에 찬성했고 93.2%가 다른 음주자 때문에 피해를 당했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9조4524억 원)은 흡연(7조1258억 원)이나 비만(6조7695억 원)보다 크다.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우선 누가 봐도 음주를 하지 말아야 할 곳부터 규제하기 시작해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류광고 규제도 손본다. TV와 라디오에만 적용되고 있는 주류광고 금지 시간대(오전 7시∼오후 10시)를 인터넷TV(IPTV)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에도 적용한다. 성인 인증 없이 볼 수 있는 유튜브 콘텐츠에도 술 광고를 붙이지 못하게 한다. ‘술 마시는 행위’ 묘사도 광고에서 퇴출한다. 가수 아이유가 소주를 넘긴 뒤 ‘캬∼!’라고 외치는 모습이나 맥주를 꿀꺽꿀꺽 삼키는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목젖을 강조하는 광고가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젊은 광고모델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청소년의 음주를 부추긴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지하도, 공항, 항만, 자동차, 지하철, 선박 등에도 주류 광고를 하지 못한다.

술꾼이 스스로 습관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술 한 병에 든 알코올 총량을 겉면에 표기하고 알코올 섭취가 얼마이면 위험한지도 함께 넣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다수의 선진국이 음주행태를 점검할 수 있는 알코올 섭취량 환산법을 알리고 있다. 한국은 소주와 맥주 모두 한 잔당 알코올이 7g 들었다고 가정해 하루에 7잔 이상이나 한 주에 14잔 이상 마시는 경우를 고위험 음주자로 본다.

복지부는 내년 초 이런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계도 기간을 거쳐 이르면 2020년 상반기 시행한다.

금주 정책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6년 금주 정책이 파악된 168개국 중 거리나 공원에서의 음주를 제한하는 나라는 프랑스와 캐나다 등 102개국이다. 영국은 공공장소에서 불쾌한 행동을 한 음주자를 체포할 수 있다.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州)에선 공공장소에서 술을 갖고만 있어도 최고 100만 원가량의 벌금을 물린다. 노르웨이는 한발 더 나아가 모든 주류광고를 완전히 금지하고 있다.

양재진 알코올중독전문 진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알코올 중독 질환자 중 정신건강을 위한 상담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12.1%에 불과하다”며 “고위험 음주자가 도움을 청할 곳을 곳곳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음주장면 광고#병원 등 금주구역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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