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는 시험 문제 유출 의혹 사건과 관련해 쌍둥이 자매의 퇴학을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숙명여고는 쌍둥이가 제출한 자퇴서 수리 여부를 두고 고심해 왔으나 학부모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요구해 온 퇴학으로 가닥을 잡은 것.
숙명여고는 이날 학교 홈페이지에 "본교는 본 사건을 수사해 온 수사기관 및 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여, 교육청 및 전문가의 자문과 학부모회 임원회의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으며, 학업성적관리위원회와 선도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전 교무부장 자녀들의 성적 재산정(0점처리) 및 퇴학을 결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으며, 교육감 및 교육청과 협의하여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절차에 따라 전 교무부장의 파면을 징계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본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철저한 학사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라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라고 사과했다.
시험 문제 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해왔던 서울수서경찰서는 이날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와 쌍둥이 자매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9월 숙명여고와 A 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한 결과 시험지 유출이 의심되는 정황증거를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시험지 유출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 쌍둥이가 만든 '암기장'에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의 전 과목 정답을 메모해둔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1과목, 1학년 2학기 중간고사·기말고사 각각 1과목,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3과목,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12과목에서 정답이 유출된 것으로 봤다.
경찰에 따르면 쌍둥이 중 동생의 휴대전화에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의 영어 서술형 문제 정답이 그대로 메모 돼 있었다. 경찰은 쌍둥이가 답안 목록을 잘 외우려고 키워드를 만들어둔 흔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쌍둥이가 실제 시험을 치른 시험지에서는 미리 외워온 정답 목록을 아주 작게 적어둔 흔적도 발견됐다.
한편 경찰은 A 씨를 교무부장 직위에서 배제하지 않아 시험지 유출을 방조한 혐의로 입건된 전 교장, 교감, 고사총괄 교사 3명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서울시교육청 및 학교 지침에 의해 A 씨를 정기고사 검토에서 배제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며 "하지만 해당 사실만으로 학업성적 관리업무를 방해한 방조범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돼 불기소의견 송치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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