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자리 비운새 옆 실탄 슬쩍해도 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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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총알 절도’ 사격장 가보니
20대 日남성 “소장하려 훔쳤다”, 9시간 만에 체포됐다 석방
사격장엔 외국관광객 북적, “실탄관리 감독 강화” 지적 나와
업소측 “주의사항 교육했는데…”

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실탄사격장. 전날 실탄 2발을 도난당해 한바탕 소동을 빚은 곳이다. 건물 3층에 위치한 이 사격장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정상 영업 중이었다.

사격장으로 들어가자 안내데스크 뒤로 중국어, 일본어, 영어로 쓰인 홍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 10여 명이 전날의 소동을 모르는 듯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중국 국적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은 사격을 마치고 나와 방탄조끼를 입은 상태로 가짜 총을 들고 사격자세를 취하며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곳은 외국인 전용이고, 한국인은 회원등록을 한 경우에 한해 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한국 관광을 온 일본인 피트니스 트레이너 A 씨(24)는 전날 사격을 마친 뒤 옆 사로에 10발짜리 실탄 묶음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손님의 입장을 앞두고 직원이 준비 차원에서 놓아둔 것이었다. 준비를 마친 직원은 손님을 안내하려 사로 밖으로 나갔고, A 씨는 자신을 담당하는 직원의 눈을 피해 옆 사로의 총알 2발을 훔쳤다. 마음만 먹었다면 10발을 모두 가져갔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9시간 만에 경찰에 검거된 A 씨의 범행 동기는 ‘소장 욕구’.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에 총알을 좋아했는데, 옆 사로에 놓인 실탄을 보고 장식용으로 쓰려고 충동적으로 훔쳤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에게는 관광 기념품이었지만 그로 인해 경찰들은 명동 일대를 다 뒤지고 다녀야 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사격장 관계자는 “안전관리는 규정에 따라 철저하게 하고 있다”며 “A 씨에게도 총알의 외부반출을 금지한 내용을 교육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여권정보를 바탕으로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고, 주의사항을 안내받은 뒤 방탄조끼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사로에 입장했다. 관리자 없이 실탄 10발이 놓여 있었던 것에 대해 사격장 관계자는 “잠깐 놔뒀을 뿐인데 A 씨가 훔쳐간 것이다. 우리는 바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잘못한 게 없다는 취지다. 현재 전국에는 실탄사격장 14곳이 운영되고 있어서 관리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A 씨는 경찰 조사를 마치고 8일 오후 2시 30분경 석방됐다. A 씨에게는 절도 혐의만 적용됐다. 경찰 관계자는 “실탄이 모두 회수돼 추가 위험성이 없고 증거 수집 등이 완료된 점을 고려해 풀어줬다”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일본인 총알 절도#사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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