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정 협치, ‘기본권 침해 수준의 규제’부터 혁파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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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참석한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렸다. 이날 여야가 합의한 총 12개항의 합의문에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 규제 완화 및 선거연령 인하, 자유한국당이 요구한 탄력근로제 확대와 원전 산업의 국제 경쟁력 발전 정책, 바른미래당이 요구한 방송법 개정안 논의 등이 담겼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리 정치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협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정치 현안과 입법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실질적인 협치 틀로서 작용해야 한다”고 말해 공식 출범한 여야정 협의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한 내용은 선언적이거나 애매하게 절충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구체적인 합의 내용인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과 규제개혁 추진에 대해선 정의당이 의견을 달리해 합의문에 명시해야만 했다.

어제 전국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박용만 회장은 "정부에 규제개혁 리스트를 제출한 것만 39번"이라며 "기업뿐 아니라 소상공인. 창업자들도 국가가 허락해 준 사업만 하라는 건 기본권 침해가 아니냐"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 정도로 규제개혁은 산업현장에서는 절실한 문제다. 경제 회생을 위해 필수적인 규제개혁이야말로 여야정 협치의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합의 내용이다. 다행인 점은 정의당을 제외한 여야가 정도와 속도의 차이는 있으나 규제혁신의 필요성에 대해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음에도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빅데이터 규제개혁에 대해 일부 여당 강경파 의원들이 발목을 잡아 여권발 규제혁신 작업이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여당은 목소리 큰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좌지우지하는 의사결정 구조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협의체의 합의에 따라 국회는 정부가 혁파 대상으로 뽑은 핵심 규제의 처리 방안부터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협의체가 본격 가동된 만큼 야당과 국회를 패싱하지 말고 일방통행하는 국정 운영은 지양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대통령부터 경직된 자세에서 벗어나 야당과의 소통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여야 합의로 규제개혁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도 만들어질 수 있다. 여야는 실질적인 협치의 첫걸음을 규제개혁에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여야정 상설협의체#탄력근로제#규제완화#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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