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자유구역을 ‘규제자유구역’ 실험장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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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2018∼2027년 제2차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1차 기본계획은 법인세 감면 특혜 등을 통한 외국 투자 유치에 초점을 맞췄다면 2차에서는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어 경제자유구역을 국내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 전초기지로 만든다는 게 큰 방향이다. 국내 기업에도 외투 기업 전용 임대 용지를 제공하고, 신기술 투자를 위한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국내외 기업의 차별을 없애 국내외 투자를 함께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2003년에 도입되고 2013년 1차 기본계획이 마련된 경제자유구역은 외자 유치 목적도 있었지만 공무원, 정치권, 이해관계자들에 막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규제혁신의 벽을 뚫어보고자 도입됐다. 인천 송도 지역 등에 의료, 교육, 관광, 바이오 등의 규제를 실험적으로 철폐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전국 각 지방이 너도나도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요구하고 정치권이 적극 개입하면서 지금처럼 나눠 먹기 식 누더기 정책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번에 미래자동차 등 신산업과 의료관광 등의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풀겠다는 2차 계획은 규제혁신이라는 원래 취지로 되돌아온 측면이 있어 다행이다. 그런데 이 방향 전환이 성공으로 이어지려면 1차 계획의 실수를 그대로 반복해서는 안 된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은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동해안, 황해안, 대구·경북, 충북 등 7군데다. 서울 경기를 빼면 전국이 모두 경제자유구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역별 핵심 지원 프로젝트를 봐도 바이오, 복합관광휴양, 자동차 부품 등 서로 몇 개씩 겹쳐 ‘선택과 집중’이라는 지원 원칙과 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2013∼2017년 5년간 1차 계획에서 자유구역청장 자리만 늘었다뿐이지,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을 규제자유구역으로 만들기로 한 이상 선택과 집중에 따라 특정 분야를 정해 해당 구역 내에서는 관련 기업 활동이 원칙적으로 아무런 규제 없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규제혁신의 실험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노력 없이 각 경제자유구역마다 스마트시티, 바이오헬스, 자동차부품 등 중점 프로젝트가 또다시 중복되고 규제는 바뀌는 게 없다면 2차 계획 역시 구호만 요란했던 1차 계획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경제자유구역#규제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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