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호 기자의 우아한]윤영관 장관 “美, 경제제재 유지하면서도 北과 신뢰 쌓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5일 10시 00분


코멘트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청년들이 핵문제와 북미 대화 등 북한을 둘러싼 최근 한반도 움직임을 이해하는데 국제정치학의 제 접근법과 개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관님 견해는 어떠신가요?

“당연히 그렇습니다. 매일 터져 나오는 국제정치의 현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분석 틀이 필요합니다. 그 틀을 만드는 것은 학문을 하는 전문 연구자들의 몫이지만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고 가르쳐온 사람으로서 항상 학생들한테 강조하는 것은, 시야를 넓혀서 국제정치의 큰 틀 안에서 한반도 문제가 어떻게 전개가 되고 있는지 생각해야 되고, 동시에 깊이 있는 분석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북관계는 좀 특수하지만 같은 민족 내부 관계라는 측면과 국가 간의 관계라는 측면을 함께 봐야 하는 것이겠지요?

“과거 남북 합의문들은 남한과 북한이 국가 대 국가의 관계가 아니고 잠정적인 특수관계라고 규정했지만, 실제로는 국가 대 국가의 관행을 준해서 접촉을 해온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국제정치학에서 이야기가 되고 있는 개념이나 시각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고 생각을 해야 되겠죠.”

-한반도 문제, 북한 문제를 둘러싼 기성세대의 논쟁들 가운데 국제정치학적 무지로 인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들이 있지 않습니까?

“요즘에는 조금 덜한 것 같습니다만,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친미 반미 친일 반일 친중 반일과 같이 ‘친’과 ‘반’이라는 접두사를 붙여 국제관계를 파악을 하는 정서가 아주 강했습니다. 친하고 친하지 않고는 감성적인 차원입니다. 그러나 국가들간의 관계, 즉 외교라고 하는 것은, 철저하게 이익적인 관점,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됩니다.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해왔습니다. 상대방 국가들이, 한반도의 주변 국가들이, 어떻게 자기 국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한국 또는 북한과 외교를 하는가. 또 그러한 나라들이 한반도에 대해서 채택하고 있는 전략이나 전술에 대응해서, 우리는 어떠한 전략 전술로 맞서야 되는 건가, 하는 것을 생각해야 되는 거죠. 그래서 감성적인 접근보다도 철저하게 이지적이고 계산적이고 분석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또 하나 경계하고 지양해야 되는 것은, 외교의 문제를 국내 정치의 수단으로서 활용하려고 하는 경향들입니다. 강대국들도 외교에 대해서는 내부적인 단결, 국민적인 통합이라고 할까 여론수렴이라고 할까 그런 것들을 거치기 때문에, 우리도 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 접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1982년에 서독에 헬무트 콜 기민당 연립정부가 들어서게 됩니다. 연립정부를 구성하면서 경쟁 정당이고 정치적 경쟁자인 사민당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을 자기 정부의 정책으로 채택합니다. 여야를 떠나서 독일이라고 하는 나라의 미래를 보았을 때, 무엇이 바람직한가를 철저하게 냉철하게 따져서 결단을 내린 것. 우리가 상당히 참고를 해야 될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정치학에는 여러 가지 접근법들이 있고 이론들도 다양한데, 최근 북한 문제를 보는데 조금 더 유용한 접근법이나 패러다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현실주의나 자유주의, 구성주의 등 ‘주의’자 붙은 매크로 한 거대 이론들은 각기 장단점이 있고, 같은 북한 문제지만 이런 측면은 일종의 자유주의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이 더 적합할 때도 있고, 저런 문제는 현실주의적인 입장에서 보는 게 좋을 수도 있고, 구성주의에서 보면 다른 어떤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포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거대담론보다는 특정한 개념들을 중심으로 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반도가 지금 부딪히고 있는 딜레마를 설명을 하는 데 있어서 세 가지 정도를 꼽아볼 수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이라고 하는 개념입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주변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세력 균형을 모색해 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반도 분단을 둘러싸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간의 세력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한반도가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서 때로는 침략을 받고 점령되고 식민지가 되고 하는 몇 백 년 동안을 이 개념을 통해 조망해 볼 수도 있겠지요.
또 하나의 개념은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라고 하는 것입니다. 북한처럼 약소국의 경우에, 그것도 경제적으로 약하고, 외교적으로 고립돼있고, 강대국들한테 둘러싸여 있는 그런 국가는, 주변 국가들이 공격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스스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1990년에 소련이 붕괴하고 냉전이 종결된 전환기적인 시점에서 김일성 주석은 굉장한 불안감을 느끼고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합니다. 성공하지 못하자 핵개발 전략에 집착을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것은 주변국들 입장에서는 공격적인 행동으로 해석됩니다. 그때부터 핵문제가 상당히 어려워지는 삼십년 가까운 경험을 우리가 봐왔습니다.
세 번째로는 상업적 자유주의(Commercial Liberalism)가 있겠는데요, 국가들 간의 상업 교류가 심화되면 그것이 평화로 연결된다라고 하는 자유주의적인 한 흐름입니다. 무역과 투자를 활성화하고 경제 관계를 심화시키면 평화가 온다, 왜냐하면 경제적인 교류로 인한 혜택을 버리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아담 스미스 이후에 내려오는 사고의 흐름이라고 할 수가 있겠는데, 기능주의(Functionalism)와도 연결이 됩니다. 대북정책을 어떻게 할 것이냐 논쟁과 관련해 유용한 개념이라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남북이 군사 정치적인 대화부터 시작을 할 것이냐, 아니면 좀더 쉽고 서로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지 않아도 되는 기술적이고 기능적인 분야, 특히 경제분야에서부터 협력을 쌓아나가서 신뢰를 강화하고, 마지막 단계에 정치 군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맥락에서 유용한 개념이지요.



-청년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을 소개해 주십시오.

”돈 오버도퍼라는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썼던 ‘두 개의 한국’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한반도 문제, 핵개발 등 북한 문제, 냉전기와 탈냉전 이후 1990년대 남북간에 벌어진 정치와 외교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이거나 학문적인 분석 연구서가 아닙니다. 기자의 눈으로 그동안 일어났던 사실 위주로 냉전 이후 한반도의 역사를 아주 꼼꼼하게 정리를 해놓은 책입니다. 어떤 국제정치학적인 분석을 시작하기 전에, 개론서로서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현실 얘기를 좀 여쭤야 되는데요, 연내 이뤄질 것처럼 보였던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위한 추가 협상이 늦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비핵화의 방식을 둘러싸고 양측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원래 전통적인 비핵화 방식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고, 검증하고, 해체하는, 신고-검증-해체라는 수순을 밟습니다. 미국이 원하는 방식입니다.
근데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신뢰가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 상태에서, 모든 핵 프로그램 리스트를 내놓으라고 하는 얘기는 완전히 발가벗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지요. 북측의 고위급 담당자가 ‘그걸 요구하는 것은 당신들이 우리를 공격할 장소의 리스트를 내놓으라고 하는 얘기나 똑같은 얘기 아니냐’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은 동시행동을 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 이런 행동을 취하고, 북한이 거기에 또 상응하는 행동을 취하고 하는 방식으로 해서 뭔가 진전을 보는 포맷을 들고 나와 미국과 갈등이 있어왔던 것 같습니다.
지금 느낌은, 어떤 일괄적인 타결방안, 즉 핵 프로그램 리스트를 내놓고, 미국은 한국과 함께 종전선언을 하고, 그런 교환 방식에서 조금 방식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영변 핵시설 단지와 동창리 미사일실험기지 등 중요한 북핵 시설을 하나씩 검증하고 폐기하고 하는 수순,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미국과 한국이 취하는 맞교환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 문제를 놓고 미국의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의 최선희 부상이 만나서 실무협상을 해야 되는 상황인데, 거기서 어떤 진전이 이루어지느냐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이 될 것으로 봅니다.“

-미국에선 6일 중간선거가 있고, 내년 1월 1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있을 예정입니다. 향후 북-미관계는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보십니까.

”지금의 협상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도 대화의 국면을 지속시켜 나가야 되겠다는 강한 희망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년 한 해도 협상국면이 지속이 될 것이다, 그렇게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싱가포르 북미회담, 남북간 두 번의 선언을 이행해나가야 된다는 원칙을 강조해 나갈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회담에서 약속됐던 정치적인 관계를 개선하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 달라, 그리고 경제제재를 완화해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자신들은 비핵화 노력을 지속하겠다, 이런 얘기를 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 진정성 있다고 보십니까?

”북한이 (진정성이 있느냐 없느냐) 고정되어 있고 이쪽의 선택과 관계없이 모든 것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적인 작용이라고 봐야 될 겁니다. 진정성이 있다가도 미국이나 한국이 행동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바꾸거나, 결국 진정성을 포기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진정성이 없다가도 이쪽에서 하는 것을 보고서, ‘아, 정말 핵을 포기해야 되겠구나’라고 나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과 한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북한의 태도가 바뀔 수도 있고, 거꾸로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미국과 한국의 태도가 바뀔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상호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아마 거꾸로 생각할 겁니다. ‘우리가 정말로 트럼프를 믿을 수 있을까?’라고 의심할지 모릅니다. 그런 맥락에서 저는 항상 이렇게 강조해왔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핵을 폐기하기 위해서 경제제재라고 하는 수단은 유지하면서도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취할 수 있는 정치적인 행동은 해야 된다. 북한과의 신뢰 수준을 높이고 김정은이 미국을 신뢰하게 만들고, 그래서 ‘아, 이제 우리가 핵을 가지지 않아도 레짐(regime)을 유지하고 번영할 수 있겠다’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미국이 조금 노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종전선언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만, 그게 대표적인 조치가 될 수 있지만 저는 그것 이외에도 많이 있다고 봅니다. 연락사무소를 개설한다던지, 북한 스포츠 선수단이나 예술공연단을 미국으로 초빙을 한다든지, 학생이나 관료들을 미국의 대학으로 초빙해 시장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교육한다던지 이런 조치들을 미국이 선제적으로 취해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북측의 비핵화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거기에 따라 경제제재를 풀거나 유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어떤 조치를 하면 보통 사람도 ‘아 이제 정말 비핵화로 가겠구나’ 느낄까요?

“검증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검증에 얼마만큼 성실하게 임하느냐 하는 것이죠. 필요한 시설을 얼마만큼 개방하고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그런 문제. 가장 바람직한 것은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고, 리스트를 제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행동이라고 저는 봅니다. 북한은 그것이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구나 그런 조치를 취하고 거기에 따른 검증을 철저하게 받는다면 그것은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 이외에도 북한 핵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부분들, 기존의 핵탄두라든지, 핵물질이라든지, 핵시설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부분적이라도 해외로 반출하거나 폐쇄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해체한다거나, 이런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면 상당한 진정성이 보이는 것이라고 봐야 되고,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미국이나 한국이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경제제재 해제와 관련해서도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야 된다고 보는 것이죠.”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요구하는 체제안전보장이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세계정부가 없는 국제관계에서 주변국들이 어떤 나라의 체제를 보장해준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저는 뭐 체제보장보다도 안전보장에 더 방점을 둡니다. 아까도 말씀드린 안보딜레마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얘기하는 것, 그리고 서방사회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안보를 어떻게 보장하느냐 일겁니다. 고난의 행군을 겪을 정도로 경제난을 겪고 외교적으로 완전히 고립되어 있고 강대국에게 둘러싸여 있는 북한의 경우에는, 주변국들이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불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미국이 주도적으로 정치적인 관계를 해소를 하고, 외교 관계도 풀고 하면서 북한을 포용을 할 때, 북한 입장에서는 안보보장이 이루어졌다고 얘기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거기에 법적인 장치로서의 평화협정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맺어져야 되겠죠. 경제제재 해소뿐만이 아니라, 미국 자본이 투자를 한다. 그렇게 되는 경우에는 북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더 이상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외부적인 위협과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중국도 중요한 행위자인데요. 심화되는 미중 무역갈등이 북핵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십니까.

“미중간의 전략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내 분위기가 많이 변했습니다. 과거에는 중국을 협력자 겸 경쟁자로 봤었다면 이제는 협력 부분이 약화되면서 경쟁자라는 인식이 전면에 부각돼 ‘어떻게 중국을 억제할 것인가’ 하는데 에너지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중 간에 대만 문제, 남중국해문제, 동중국해문제, 무역문제 등 여러 전선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요, 미중 간 현안 중에 하나가 북한문제입니다.
그런데 북한 문제에 관한 한 미국이나 중국이나 똑같이 비핵화가 바람직하다는 목표에 합의를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협조를 해서 유엔제재를 대폭 강화했고,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유엔제재를 이행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제재를 푼다면 기존의 비핵화 문제에 관한 입장을 완전히 180도 바꿔서 후퇴한다는 얘긴데, 저는 그렇게 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중국에게도 북한 비핵화가 중요한 이슈입니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일본과 한국 심지어는 대만까지도 핵무장을 고려를 할 수 있고 일종의 핵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압박과 봉쇄는 더욱 강화될 겁니다. 북한을 표적으로 하는 강화된 압박 전략이 중국의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사드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북한을 표적으로 한국에 도입한 무기 체계였지만 중국이 엄청나게 반발했습니다. 제반의 전략적인 환경이 중국에 불리해지기 때문에 (미중관계 악화에 따라서) 추가적인 대북제재에는 협력하지 않을지 몰라도, 기존의 여러 유엔 주도의 경제제재에서 완전히 이탈해 국제적인 제재전선에서 빠져나간다? 그건 아마 상당히 어려운 선택이라고 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관광객 제한 등은 유엔제재가 아니고 중국이 단독적으로 하고 있는 제재였는데, 최근 그걸 풀고 있는 경향이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의 속도 측면에서 너무 앞서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해 상황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50퍼센트 정도 된다고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인 리처드 하스가 말했습니다. 그 정도로 시급하고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면 핵 때문이 아니라 우발적인 사건이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저는 봅니다. 이쪽에서 전면공격을 의도하지 않았는데, 상대방 쪽에서는 전면공격의 시작으로 인식이 되고, 그래서 전쟁으로 확산되는 그런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우리 정부로서는 그럴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반도에 더 이상 남북간에 전쟁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돌이킬 수 없는 어떤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되겠다고 하는 것은 저는 당연히 추구할 목표라고 보는데, 문제는 그런 평화체제를 정착시킬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오랫동안 열려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의 클린턴 말기 때처럼 북한을 포용하기로 작정을 하고 나섰는데, 이것은 정말 20년에 한 번씩 올까말까 한 그런 기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유야 어땠건, 싱가포르에서 북-미 관계를 우호적인 관계로 정상화시키겠다고 선언했던 것은,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기회의 창이 열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내부의 정치 동학이라든지, 여러 가지 사건으로 언제 이 기회의 창이 닫힐지 모릅니다. 미국의 관점에서도 전쟁의 걱정이 있겠죠. 하지만 전쟁이 터지면 미국 본토가 아니라 한반도에서 터집니다. 그러한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정부가) 너무 빨리 가는 것 아니냐고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람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그런 조치들이 이해가 충분히 간다고 저는 봅니다.
문제는 남북한 간에 전쟁걱정 없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려면 경제협력이 가장 본질적입니다. 남북간에 사람과 사람들의 자유로운 왕래, 인적 물적 교류, 이런 게 제대로 되려면, 경제제재가 해제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경제제재는 국제적으로 합의가 된, 유엔 주도의 국제적인 연대에 의해서 지금 집행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입장에서는 남북한 간의 본질적인 관계의 변화를 위해서도 이 국제적인 연대에 함께 참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가면서 할 것이냐, 이게 가장 중요한 이슈이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kyle@donga.com
백승헌 인턴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