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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유조선, 美추적 피해 식별장치 끄고 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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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유조선, 美추적 피해 식별장치 끄고 운항

서동일 특파원 입력 2018-11-05 03:00수정 2018-11-0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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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원유수출 차단 2단계 제재 돌입
이란, 리알화 급락… 생필품 값 급등, 젊은층 일자리 구하기 위해 해외로
EU, 제재 피해 물물교환 거래… 中-러 “이란과 협력 지속” 밝혀
성조기 불태우는 이란 시위대 미국의 대이란 2단계 제재 복원을 하루 앞둔 4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옛 미국대사관 건물 앞에서 시위대가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며 제재 복원에 항의하고 있다. 이날은 이란 학생 시위대가 미국대사관을 점거한 ‘이란 인질 사태’ 39주년 기념일이다. 테헤란=AP 뉴시스
5일 0시(미국 동부 시간 기준) 시작하는 미국의 대(對)이란 2단계 경제·금융 제재를 앞둔 이란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올해 5월), 1단계 경제 제재(8월)가 잇달아 진행되면서 이란 리알화 가치는 이미 3분의 1 가격으로 폭락한 상태다.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는 민생고 시위가 계속돼 왔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리알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수입 원자재 가격이 폭등해 기저귀 등 생활품 가격이 올해 초 대비 2배 가까이로 올랐다. 실업자 수만 350만 명에 달해 일부 젊은층은 일자리를 구하려고 이란을 떠나고 있다. 이란 사람들은 “통장에 있는 돈의 가치는 떨어지는데 사야 할 생필품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비명을 지른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산 원유 및 석유제품의 수출입 금지’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의 2단계 경제 제재는 그야말로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란의 연간 원유 수출 규모는 257억 달러(약 28조9000억 원)로 전체 수출의 63%(2016년 기준)를 차지한다.

2012∼2015년 미국·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이란산 원유 관련 직간접 교역·투자·금융거래 등 모든 경제 교류가 중단되는 금수 조치를 경험한 이란은 당시 쌓았던 ‘제재 회피 노하우’로 파장을 최소화하는 궁여지책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란의 모든 유조선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운항 중이다. 미국의 이란 유조선 항로 및 행선지 추적을 방해하기 위해서다. 추적을 피한 뒤 공해상에서 원유를 옮겨 실어 원산지를 속이는 방식이다. 2012년 당시 동원했던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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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또 중국·러시아의 소규모 은행과 중개인의 도움을 받아 물물교환 방식으로 석유를 소량 수출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에서 다른 산유국의 원유와 섞어 원산지를 불분명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출량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샤크 자한기리 이란 수석부통령은 지난달 말 “제재가 시작돼도 하루 원유 수출량이 100만 배럴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정교한 대책을 마련해 놓았다”고 말했다. 이란은 지난해 하루 평균 212만5000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EU, 영국, 독일, 프랑스 외교장관들이 원유를 포함해 이란과 무역 거래를 지속하기로 합의한 것도 궁지에 몰린 이란 입장에서는 적잖이 고무적이다. 이들 국가는 “이란과 합법적으로 사업하는 EU 기업들을 보호할 것”이라며 미국 제재로 인한 손해로부터 EU 회원국 및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대항입법(Blocking Statue)’도 도입한 상태다.

이들은 또 미국의 경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란산 원유와 유럽산 상품 및 용역을 자금 교환 없는 물물교환 방식으로 진행하고, 달러나 이란 화폐인 리알화 대신 ‘제3의 통화’로 거래 대금을 치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특수목적회사(SPV·special purpose vehicle)를 설립하는 계획도 세웠다. 러시아와 중국도 꾸준히 미국 경제 제재의 부당성을 제기하며 이란과 지속 협력 의지를 밝힌 상태다. 러시아는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에 개의치 않고 이란 석유·천연가스 부문에 500억 달러(약 55조9000억 원)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이란 유조선#미국추적#식별장치 끄고 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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