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민동용]中 첨단기술 탈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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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자국 군사기술을 탈취해 간 중국 스파이의 시조(始祖)로 첸쉐썬 박사를 지목한다. 중국에서 ‘미사일의 아버지’로 불리는 첸 박사는 양탄일성(兩彈一星·원자폭탄 수소폭탄 인공위성) 개발을 주도했다. 그러나 1999년 미 하원 특별위원회의 일명 ‘콕스 보고서’는 그가 1930년대 중반∼195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 제트추진연구소 등에서 일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밀을 빼갔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공식 부인했다.

▷옛 소련 몰락 이후 중국은 스파이 세계에서 미국의 주요 상대다. 연방수사국(FBI)의 전직 중국 분석가는 중국의 첩보전 스타일을 이렇게 묘사했다. “해변의 모래가 목표라면 러시아는 밤에 잠수정에 잠수부들을 태우고 가서 몰래 모래를 퍼온다. 미국은 인공위성을 최대한 가동한다. 중국은 모래 한 톨씩 가져오라는 특명을 받은 관광객 수천 명을 몇 년에 걸쳐 보낸다. 이들이 돌아와 수건을 털면 누구보다 더 많은 정보가 쌓인다.” 인해전술과 고도의 인내심이다.

▷2035년까지 자국 기술 표준을 세계에 적용시키겠다는 ‘중국 표준 2035’를 앞세운 중국의 첨단기술 탈취 시도에 미국은 민감하다. 미국 정부는 최근 항공우주산업 및 항공기 기술을 훔치려 한 혐의로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 장교 및 요원들과 중국인 엔지니어 등을 잇달아 기소했다. 앞서 6월에는 “중국 국가안전부가 배치한 산업스파이 4만 명이 세계를 염탐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중국을 가장 위협적인 스파이 국가로 꼽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고 2050년까지 중국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사실상 패권경쟁을 선언한 셈이지만 첨단기술 훔치기는 미국 따라잡기에 갈 길이 멀다는 조바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 기술에 대한 싹쓸이 절도를 묵과할 수 없다”며 미국이 고삐를 더욱 죄는 것은 중국몽(中國夢)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겠다는 의지로도 비친다. 1972년 미중 관계 정상화 이후 공존하던 두 강대국이 무역전쟁을 넘어 더 큰 충돌을 예고하는 것일까.
 
민동용 논설위원 mindy@donga.com
#스파이#중국#첨단기술 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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