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0개 여성단체 “가정폭력 살인, 국가가 묵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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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전처 살인’ 규탄 집회
“가해자 강력 처벌 등 대책 세워라”

“‘주차장 살인사건’이 아니라 ‘가정폭력 가해자에 의한 여성 살해사건’입니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 모인 690개 여성단체 소속 회원들은 ‘강서구 아파트 전처(前妻) 살인사건’이 가정폭력으로 빚어진 참극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 사건은 25년간 가정폭력을 당한 이모 씨(47·여)가 전남편 김모 씨(49)에게 흉기로 살해된 사건이다.

이들은 “폭행과 상해, 스토킹 등 피해자의 가정폭력 범죄 신고에 국가는 무대응, 무능력, 무책임으로 일관했다”며 “가해자가 25년 동안 폭력을 자행하는 동안 여러 차례 경찰 신고가 있었으나 피해자의 구조 요청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는 분명 폭력을 중단시킬 기회가 있었지만 실패했고, 이런 국가를 몸소 경험한 가해자는 ‘너를 죽여도 심신미약으로 6개월이면 감옥에서 나올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이 씨의 지인 A 씨도 회견에 참석했다. A 씨는 “이혼 뒤 4년간 살해 위협에 시달린 친구와 가족들의 고통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피의자 김 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이들은 가정폭력에 대한 국가의 미진한 대응이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 살해)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으로 입건된 가해자 가운데 구속되는 비율은 1% 안팎에 불과했고, 긴급임시조치·접근금지 명령 등을 통해 피해자와 분리 조치가 되는 비율도 10%에 미치지 못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가정폭력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는 의무적으로 체포하고 검찰도 기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신고가 들어오면 미국 경찰관은 무장해서 출동할 정도로 가정폭력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가정폭력#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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