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음악상담실]가장 듣고 싶은 말, 사랑한다는 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70>폴 사이먼 - Something So Right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중국에는 만리장성이 있어. 적들을 막기 위해 높이 쌓았지. 보이지 않지만, 나도 그런 벽을 쌓았어. 넌 힘들게 그 벽을 넘어와서 나를 감싸 안아줬지.”

“뭔가 잘못되는 것엔 난 익숙해. 하지만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나면 난 혼란에 빠져. 이런 좋은 일이 내겐 익숙하지 않아.” 폴 사이먼은 사랑받는 것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합니다.

아기였을 때, 우리는 감정과 우리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넘치는 호기심으로 이 세상을 탐구했죠. 희로애락은 우리 얼굴과 몸에 저절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감정을 회피하고, 마음의 문을 닫고 고립되었을까요?

대부분은 감정을 드러냈다가 사랑받지 못했거나 처벌받은 상처들이 쌓여서, 죽을 것같이 괴로웠기 때문이었겠죠? 그래서 살아남기 위한 방어적인 태도를 터득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상처를 줄 사람도 없고 어른이 되었는데도, 겁에 질려 계속 그런 방식을 버리지 못합니다. 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는커녕 잘 인식도 못 하고, 내 삶이 아닌 남이 원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삶, 사는 것 같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이죠. 당연히 자신감이 없는 삶을 살게 됩니다.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은 위축되고 회피적이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그렇지 않은 척, 대단히 자신감에 넘치고 유능한 척하기도 합니다. 자존심이죠.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은 그 부족한 자신감을 타인의 칭찬과 인정으로 메우려 합니다. 문제는 이들에게는 만족이 없다는 것이죠. 적당한 사랑과 인정을 받으며 성장한 사람들은 적당한 만족을 알지만, 사랑과 인정이 결핍된 상태에서 자란 사람들은 배가 고픈 사람들이 폭식하듯, 너무 많은 것을 바라죠.

더 큰 문제는 그들이 진정한 사랑과 인정의 맛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사랑과 인정을 받았는데도 그것이 아니라고, 내가 상상했던 사랑과 인정은 더 대단하고 황홀한 것이라며, 자신이 상상했던,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절대적인 사랑과 인정을 요구합니다. 결국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상태를 만들죠.

정신 치료의 첫 단계는 그런 두려움과 결핍 때문에 비롯된 환상을 파악하고, 자신의 진정한 감정과 희망 사항을 두려움 없이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좋은 감정과 관계에 익숙해지며 방어적이지 않고 자해적이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사는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 과거의 고통은 사라질 수 없지만, 현재의 평화와 기쁨으로 희석되어 견딜 수 있게 되죠. 그러려면 먼저 그 감정을 함께 나누는 사람과의 신뢰가 있어야 하죠. 신뢰할 수 있는 관계의 형성이 진정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첫걸음입니다.

저는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보다 폴 사이먼의 솔로곡들을 훨씬 더 좋아합니다. 어른의 노래니까요. 폴 사이먼은 자신의 모습을 직시합니다.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아. 그렇게 용감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마치 어린아이처럼 원하고 있어. 사랑한다는 말을 듣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어.” 저 또한 그렇습니다. 우린 늘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죠.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폴 사이먼#something so right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