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신치영]언제까지 질러놓고 주워 담을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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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영 경제부장
신치영 경제부장
필자는 지난달 22일 본란에서 이낙연 총리와 여당 의원들이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에 금리인상 압박을 가하는 것은 부작용만 일으키는 부적절한 행태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금리는 물가와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돼야 하며 금리인상 압박은 한은의 금리 결정을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언급했다.

그런데도 정부의 압박은 멈추지 않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넘쳐나는 유동성을 정상화하는 게 주택가격 정상화의 중요한 요인”이라며 당정 주요 인사들의 금리인상 주장을 되풀이했다.

정부 여당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시장에는 한은이 당정의 전방위적인 압력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10월 또는 11월에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 추이를 지켜봐온 나는 11월보다 10월에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 상황은 금리를 올리지 못할 요인과 올려야 할 요인들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벌이는 양상이다.

꺼지는 경기와 살얼음판 고용참사는 금리인상을 주저하게 만든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들처럼 한은도 18일 올해 성장률 전망을 2.9%에서 2.8% 정도로 낮출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금리 차에 따른 외국인자금 유출 가능성을 감안하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

공교롭게도 이주열 총재는 최근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 부쩍 늘었다. 이 총재는 최근 한 모임에서 외국인자금 유출 가능성에 대해 큰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다.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였지만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 정부의 물가관리 요인을 걷어내면 1.9%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처럼 우리도 정상 범위보다 낮은 금리를 정상화(인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10월이든, 11월이든 한은이 금리인상을 결정하면 시장은 한은이 정부 여당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해석할 것이다.

나는 한은이 금리인상 기회를 놓쳐 지금 이렇게 금리인상 압박을 더 크게 받고 있다는 비판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 여당 인사들의 한은 압박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금리인상이 정치적 요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면 금리로 경기를 조절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통화정책의 효과는 무력화된다.

김현미 장관은 뒤늦게 10일 국정감사에서 “금리인상 얘기한 것 때문에 비판을 많이 받았다”며 “금리인상은 한은 금통위의 몫이다”고 사실상 발언을 철회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이번 당정의 한은 압박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척하면 척’, 김수현 대통령사회수석의 사회정책비서관 시절 이성태 전 한은 총재 방문과 함께 한은 독립성을 훼손한 대표 사례로 두고두고 인용될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으로 발칵 뒤집히자 통일부까지 나서서 해명하고,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은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하더니 올해분 최저임금 인상률 16.4%에 대해 “나도 깜짝 놀랐다”며 유체이탈 화법을 쓰고, 금융위원회는 무주택자라도 부부소득을 합쳐 7000만 원이 넘으면 전세자금 대출을 못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가 젊은 맞벌이 부부들의 거센 비난에 없던 일로 하고, 일자리 없애는 정책 탓에 고용쇼크가 발생하니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데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붓고….

사례들을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질러놓고 주워 담기’.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신치영 경제부장 higgledy@donga.com
#부동산#금리인상#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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