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공백’ 사태 해결은커녕… 여야 책임 떠넘기기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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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文대통령 왜 야당 탓 하나”, 與 “야당이 표결 거부한 때문”
헌재 “정족수 못채워 기능 마비”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을 야당 탓으로 돌렸는데 어불성설입니다.”(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

“책임을 따지자고 한다면 헌법재판관 국회 인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야당 책임일 수밖에 없다.”(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11일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는 초반부터 헌법재판관 3인 공백 상태를 놓고 여야 간의 ‘네 탓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인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전날 “국회의 책무 소홀로 다른 헌법기관의 공백 사태를 초래하고, 국민의 헌법적 권리까지 침해하고 있는 상황을 조속히 해결해 달라”고 촉구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문 대통령이 정치적 편향성이나 위장전입 등의 문제가 있는 이석태, 이은애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해 이에 반대한 야당을 무시한 게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의 발단이라는 것이다.

이에 여당인 민주당은 야당 책임이 더 크다고 반박했다. 헌법재판관 후보 3명에 대한 국회 인준 표결을 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면 될 일인데 표결을 거부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은 각각 김기영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이종석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이영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여야 간 언쟁이 길어지자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국회가 식물헌재를 만들고 우리가 누구를 상대로 국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이 위헌을 하고 있는 우리 국회의원들을 오늘 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하늘에다 침 뱉어서 우리 얼굴에 침 떨어지게 하지 말자”며 중재에 나섰다.

김헌정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재판관 6인으로는 헌재법이 규정한 정족수 7인을 충족하지 못해 평의 등 심판기관이 마비되고 있다”며 “지정재판도 안 되고, 규칙 개정 등 주요 행정 처리도 불가능하니 조속히 해결되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며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헌재 국감에선 헌재의 대법원 예속화 논란도 벌어졌다.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을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구조인 만큼 대법원이 헌재의 상위 기관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된 것. 이에 김 사무처장은 “헌재는 헌법상 최고기관 중 하나”라며 “대통령과 국회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추천하지만, 대법원장 추천은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사법 농단 사건은 탄핵을 하고도 남을 사안”이라며 재판 거래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의 탄핵에 대한 헌재 측 입장을 질의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현직 판사의 파면을 위한 탄핵을 소추할 경우 헌재는 탄핵심판을 하게 된다. 김 사무처장은 “국회에서 결정하면 헌재에서 엄정하게 심사하고 처리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김윤수 기자 ys@donga.com
#헌재 공백#여야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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