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삼성창조캠퍼스 ‘삼성존’ 언제쯤 볼수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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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복원된 ‘삼성상회’ 건물, 대구시 건축상 대상 받아 관심집중
삼성은 내부사정 이유 개소식 연기

9일 대구 북구 침산동 대구삼성창조캠퍼스의 옛 삼성상회.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곳으로, 개관 준비가 2년 가까이 계속돼 현재 내부를 볼 수 없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9일 대구 북구 침산동 대구삼성창조캠퍼스의 옛 삼성상회.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곳으로, 개관 준비가 2년 가까이 계속돼 현재 내부를 볼 수 없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한글날이던 9일 대구 북구 침산동 대구삼성창조캠퍼스. 휴일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캠퍼스가 북적였다. 음식점과 카페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도 있었다. 캠퍼스 중앙 잔디광장에서는 어린이들이 신이 나 뛰어놀았다.

캠퍼스 정문 근처의 옛 삼성상회 건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건물 옆에는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의 동상이 서 있었다. 동상 뒤편의 석판에는 ‘호암 이병철 선생은 1910년 경남 의령에서 출생해 일찍이 사업보국의 큰 뜻을 세우고 1938년 대구 중구 인교동에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이것이 오늘날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 삼성의 모태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캠퍼스는 1954년 제일모직이 설립된 침산동 3만2000m² 터에 들어섰다. 삼성이 2015∼2016년 900억 원을 들여 벤처·스타트업 육성 단지로 조성한 곳이다. 2016년 12월 27일 대구 동구 신천동에 있던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유명 음식점과 카페 등이 들어서면서 지역 벤처창업의 요람이자 새로운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캠퍼스는 벤처창업공간과 문화벤처융합존, 주민생활편익존, 삼성존 등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삼성존에 있는 삼성상회는 1938년 이병철 선대회장이 대구 중구 인교동에 창업한 건물이다. 1997년 붕괴 우려로 철거한 뒤 약 20년 만에 이곳에 복원됐다. 옛 건물 자재를 활용해 역사적 의미가 있다. 제일모직 기념관과 기숙사도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건축적 의미를 인정받아 대구삼성창조캠퍼스는 최근 대구시에서 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그런데 삼성의 모태인 삼성상회 건물은 9일 문이 잠겨 있었다. 1층 유리문에는 ‘三星物産(삼성상회)’ 로고 위에 ‘출입 금지’ 문구가 붙어 있었고, 문 앞에는 차단봉이 세워져 있었다. 2016년 12월 캠퍼스가 문을 연 뒤로 삼성상회는 계속 이런 모습이다. 근처의 옛 제일모직 기숙사와 제일모직 기념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 창업의 역사를 간직한 기념공간이 2년 가까이 문을 열지 못하는 것에 시민들은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수성구에 사는 정모 씨(36·여)는 “얼마 전 독일에서 온 손님을 모시고 이곳에 왔는데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이 대구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더라”면서 “삼성그룹의 시초인 삼성상회 건물 내부를 구경하지 못해 손님이 많이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창업과 관련된 내부 전시 콘텐츠를 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삼성의 80년 역사를 기록하고 전시하는 일이다 보니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당초 삼성은 지난해 4월 캠퍼스 개소식을 열 계획이었다.

침산동에 사는 조모 씨(56)는 “삼성의 창업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인데도 아직 제대로 구경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하루빨리 삼성존이 문을 열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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