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인증업체-농피아 유착 막는다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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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살충제 계란 이후 근절 발표
실제론 ‘채용 제한’ 정관개정 무산… 업체 절반 공무원 출신 근무중

지난해 살충제 성분 계란 파동 이후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이 불가능한 방안을 내놓고 퇴직 공무원의 친환경 인증업체 재취업을 막겠다고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 산하기관의 퇴직자가 대표를 맡은 친환경 인증업체도 6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농식품부가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7일 농식품부는 “민간 인증업체들이 모인 친환경인증기관협회의 정관을 개정해 자체적으로 2년간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을 막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협회는 앞서 12월 초 총회에서 해당 내용의 정관 개정을 부결한 뒤였다. 농식품부가 이를 파악하지 못한 채 퇴직자 재취업 근절 방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협회는 올 1월 말에야 부결 사실을 농식품부에 통보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협회가 부결한 내용을 정부가 다시 강제적으로 개정하라고 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당초 발표한 재취업 근절 방안이 무산된 뒤에도 농식품부가 10개월 넘게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농식품부 퇴직자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하려던 시도도 흐지부지되고 있다. 정부가 ‘식품 등 국민 안전 및 방산 분야’도 취업 제한 기관에 포함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을 지난해 12월 발의했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10개월째 계류돼 있다.

지난해 살충제 성분 계란 파동 때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에서 금지 물질이 검출되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과 민간 인증업체의 유착 관계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친환경 인증업체가 농관원 퇴직자를 채용하는 관행은 여전했다. 지난해 말 현재 친환경 인증기관으로 등록된 62개 업체 중 농관원 출신이 근무하는 기업은 30개였다. 공무원 출신이 대표를 맡아 논란이 됐던 인증업체 5곳은 여전히 해당 인사가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밖에 다른 1개 업체도 공무원 출신이 새로 대표에 올랐다.

농식품부 산하기관 퇴직자를 채용한 인증업체들은 친환경 인증 업무를 독식했다. 특히 사단법인 농산물품질평가원은 5년 전 인증 건수가 38건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1∼6월) 인증업체 중 가장 많은 2534건의 실적을 올렸다. 이곳 심사원 전원(34명)이 농식품부 퇴직자다. 평가원 측은 “일부 인증업체가 폐업해 심사원과 업무를 승계해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살충제 계란#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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