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이 시 읊는 나를 보고 좋아서 기습 뽀뽀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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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 작가 2주기 기념 산문집… 여러 문인과의 인연과 추억 담겨


분단문학의 대표 작가 이호철(1932∼2016)이 말년에 쓴 산문집 ‘우리네 문단골 이야기’(전 2권·자유문고·각 1만4000원·사진)가 출간됐다. 고인의 2주기를 맞아 2015년 10월부터 ‘월간 문학’에 연재했던 글과 그 전에 쓴 원고들을 묶었다.

책에는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작가가 6·25전쟁 때 부산으로 건너와 실향민이 된 후 현대사의 굴곡을 몸소 겪은 이야기가 담겼다. 작가는 부산에서 부두노동, 제면소 직원, 경비원을 하다가 1955년 단편소설 ‘탈향’으로 등단했다. 단편 ‘큰 산’ ‘판문점’ 등에서 분단으로 인한 고통과 인간애를 그렸다.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고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책에는 그가 소설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1950, 60년대 문인들에 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명동 거리 술집에서 만난 미당 서정주가 자신의 시를 줄줄 읊는 그를 보며 좋아한 나머지 기습 뽀뽀를 한 일화나, 5·16군사정변 직후 삼엄한 분위기에서 중부경찰서에 잡혀가서는 푼수처럼 ‘간수니임, 간수 나으리’라고 말하던 미당을 두고 “타고난 자연 그대로의 사람 냄새가 짙게 풍겨” 좋았다고 회고한다. 김수영 시인에 대해서는 “당시 가부장적인 문단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톨이로 지내던 이”라고 했다.

임화, 이상, 홍명희, 김동리, 이어령, 박목월, 최인훈, 김승옥, 김지하, 이문구 등의 숨겨진 이야기도 수록됐다. 엄헌영 문학평론가는 “분단문학사에서 이호철만큼 연령, 신분, 이념, 지연, 학연, 신앙이나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문학 동네 구석구석을 넘나들며 교유관계가 원만했던 작가는 드물다”며 “이 기록은 이호철 연구뿐만 아니라 한국 문단사 연구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분단문학#이호철 작가#우리네 문단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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