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자택에서 만난 김근석 씨(100)는 33세인 기자보다 걸음이 빨랐다. 거침없이 도랑과 풀밭을 지나 뒷동산에 오른 김 씨는 사과나무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3년 전 사별한 아내(당시 91세)의 묘 앞에 심어둔 사과나무를 직접 돌보는 건 김 씨의 하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김 씨는 “나무를 보는 게 제일 재밌어. 경로당엔 여든 살이 갓 넘은 ‘젊은 것들’뿐이라 말이 안 통하거든”이라며 웃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전국 100세 이상 노인 중 치매가 없고 거동이 자유로우며 자택에 거주하는 7명을 선별해 ‘65세 이후 건강관리를 어떻게 해왔는지’ 물었다. 7명 모두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외출했다”고 답했다. 김 씨는 동네 산책과 별개로 사흘에 한 번은 시내버스를 타고 읍내에 나가 공과금을 내거나 사람 구경을 한다.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는 습관이 관절 질환과 노년기 우울증의 예방책이었던 셈이다.
취미 생활을 장수 비결로 꼽은 노인도 7명 중 6명이었다. 대전 동구 대청호수 옆 이상윤 씨(101)의 자택에는 수묵화와 붓글씨, 심리치료사 교육 이수증 등 ‘취미의 증거’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7년 전 검도를 처음 배우기 시작해 공인 2단까지 딴 이 씨는 최근엔 그림에 더 빠져 있다. 취미를 가지면 집중할 거리가 생기고 몸을 즐겁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경북 영양군에 사는 신현이 씨(100·여)는 취미 삼아 참여하고 있는 노인일자리사업(환경미화)이 삶의 활력소다. 유니폼인 노란 조끼를 입고 다른 노인들과 어우러져 동네를 청소하고 나면 소속감과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7명 중 4명은 욕심 없이 마음을 편하게 먹을 것을 당부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박순자 씨(100·여)의 딸 길옥근 씨(69)는 “살면서 집안에 힘든 사건도 많았는데, 어머니가 한 번도 불평하지 않고 자손들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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