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손님이 아쉬워서 찾아오는 식당 만들어야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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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업계 큰손’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1993년 원조쌈밥집을 창업한 후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홍콩반점0410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성공시키며 한국 요식업계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더본코리아 제공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1993년 원조쌈밥집을 창업한 후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홍콩반점0410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성공시키며 한국 요식업계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더본코리아 제공
“나는 밥장사를 하는 사람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스스로를 밥장사꾼으로 칭한다. 출연 중인 SBS TV ‘골목식당’에서 새내기 식당 주인들에게 지나치다 싶을 만큼 가혹한 훈계를 해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을 낳기도 하지만 요식업 경영에서 백종원만큼 단단한 체계를 갖추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자신의 생각을 대중에게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것 또한 인기 비결이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음식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들썩거린다.

백종원의 경영철학은 “밥장사”라는 단어에 응축돼 있다. ‘새마을식당’ ‘본가’ ‘빽다방’ 등 더본코리아의 프랜차이즈들은 음식 전문가를 위한 식사가 아니라 대중이 좋아하는 식사를 만들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팔아 승부를 본다. 그 결과 더본코리아는 국내외 20개 브랜드, 1300여 개 가맹점을 보유한 요식업계의 큰손이 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08년 37억 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1741억 원으로 늘어났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더본코리아 본사에서 백 대표를 만나 사업 전략과 그만의 경영 원칙을 자세히 물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58호(10월 1일자)에 실린 16페이지 분량의 집중 인터뷰 기사 중 일부를 소개한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또는 편익) 좋은 대중음식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 손님이 음식 값을 계산하면서 나에게 물어봤다. ‘사장님, 이렇게 팔아서 남아요?’ 그만큼 돈을 내는 게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손님이 사장을 걱정해주는 식당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1993년 ‘원조쌈밥집’을 시작할 때는 1인분에 1만 원 정도 받았다. 그 시절치곤 비싼 가격이었다. 비싼 가격에 음식을 팔면 수익률이 더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어려움이 많았다. 가격이 비싸면 손님들의 기대치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서비스가 조금만 기대에 못 미쳐도 소비자는 등을 돌린다. 차라리 쌈밥 가격을 확 낮춰, 손님이 아쉬워서 오는 가게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식사의 품질과 양은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가격을 1인분에 6000원 정도로 대폭 낮췄다. 손님들이 정말 만족해했고 입소문을 타면서 방송에도 소개됐다. 마진을 적게 남기면서 좋은 음식을 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때부터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음식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음식 가격을 낮춘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내가 처음 시작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해물떡찜0410’이다. 이 브랜드는 대학가에서 정말 인기가 좋았지만 4년 만에 폐업을 결정해야 했다. 너도나도 해물떡찜과 유사한 메뉴를 만들어 비슷한 가격에 팔기 시작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다. 대중음식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선 남들이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론은 가격이었다. ‘홍콩반점0410’이란 브랜드를 만들어 3500원짜리 짬뽕을 팔아 성공할 수 있었다. 가격은 쌌지만 국내산 돼지고기와 오징어를 사용하는 등 식재료의 품질은 그대로 유지했던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식재료에 집중하는 대신 불필요한 식당 운영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메뉴를 단순화해 식재료 준비 절차와 구입비용을 줄였고, 짬뽕 레시피를 표준화해 전문 주방장 없이도 조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회사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랜드 하나를 만들 때마다 5억 원에서 10억 원 정도 든다. 회사로선 엄청난 투자다. 그래도 더본코리아가 지속적으로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어떤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영원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의 식습관이 변하면 브랜드의 영향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한 브랜드에만 집중할 경우 프랜차이즈 사업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가맹점주들의 수익도 보장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브랜드를 여러 개 만들어 서로 보완하게끔 하는 것이다. ‘한신포차’가 하향세일 때 ‘홍콩반점’이 그 자리를 메워주고, ‘새마을식당’이 주춤할 때 ‘빽다방’이 보충해주는 식이다. 프랜차이즈 입장에선 매출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확대해 나갈 수 있고 기존 가맹점주들도 성장하는 새로운 브랜드 점포 운영에 도전할 수 있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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