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폐쇄한 풍계리 핵실험장에 美사찰단 초청한 의미는?

  • 뉴스1
  • 입력 2018년 10월 8일 1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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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주동적 비핵화’ 모양새 유지하며 신뢰 구축
美 치밀한 검증 선례 만들어 영변에도 적용할 듯

지난 8월24일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시설 폭파순간 목조 건물들이 폭파 되며 산산이 부숴지고 있다…2018.5.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8월24일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시설 폭파순간 목조 건물들이 폭파 되며 산산이 부숴지고 있다…2018.5.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지난 5월 외신 기자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폭파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정식 검증’을 제안해 주목된다.

미국 국무부는 7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에 전문가들을 초청했다”며 “그곳이 돌이킬 수 없게 해체됐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우리와의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처음으로 비핵화 ‘검증’에 대한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었는데, 이번엔 동창리에 더해 풍계리를 검증 대상으로 새롭게 제안했다.

이런 안이 나온 것은 ‘주동적 비핵화’의 모양새를 유지하면서 진정성을 보이려는 북한과, 사찰·검증의 기준점을 만들려는 미국의 필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우선 북한으로선 ‘풍계리 핵실험장 검증’ 카드를 통해 추가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도 비핵화 진정성을 대외에 보여줄 수 있다. 일종의 신뢰구축 조치인 셈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월24일 미국·중국·영국·러시아·한국 등 5개국 취재진을 초청해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미 폭파했지만 폐기 여부를 담보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문가와 국제기구의 검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증조치라기보다는 화려한 쇼에 가깝다”는 말도 나왔다.

아울러 북한으로선 자발적으로 핵시설을 폐기한 후 검증을 받으면 사전 조율된 외국 사찰단의 참관하에 핵시설을 폐기하는 것보다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갖춰 비핵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선의(善義)의 조치를 취했는데 너희가 믿지 못하겠다면 와서 확인해보라’는 구도가 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 국면은 김 위원장의 결단과 주동적 조치에 따라 조성된 것이며 우리가 선의로 비핵화 선제 조치를 취했으니 미국도 상응조치로 화답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때도 “공화국 정부의 주동적이며 평화 애호적인 노력”임을 강조했다.

미국 역시 풍계리 핵실험장 검증 카드가 나쁘지 않다는 계산을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비핵화 프로세스에 있어 외부 전문가에 의한 엄격한 사찰·검증이라는 기준점을 만들 수 있어서다.

미국은 북한이 비교적 부담을 덜 느끼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검증 수준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이를 ’선례‘로 삼아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과 영변 핵시설 폐기 때 적용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풍계리 핵실험장 검증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도가 높아지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 협상이 새로운 정치적 추동력을 확보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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